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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침투 무인기’ 제작업체, 대학 지원받은 스타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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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침투 무인기’ 제작업체, 대학 지원받은 스타트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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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침투 무인기 제작업체 주소지인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창업지원센터.  김태욱 기자

북한 침투 무인기 제작업체 주소지인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창업지원센터. 김태욱 기자


에스텔 엔지니어링, 설립등기 때 학생회관 건물로 신고…현재는 퇴거
‘비상주 오피스’ 인터넷 언론사도 운영…특정 대북 포럼과 ‘유착 의혹’
활동 의도도 관심…무인기 판매용·음모론 전파·북 인터넷 보급 등 추정

무인기 북한 침투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민간인의 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A씨를 소환해 조사했고, 이와 별도로 대학원생 B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평양에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 선후배 사이로 무인기 제작업체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19일 취재를 종합하면 A씨와 B씨가 운영한 무인기 제작업체 ‘에스텔 엔지니어링’은 2023년 9월 법인 설립등기 때 주소지를 서울 소재 한 대학의 학생회관 건물로 신고했다. 기자가 지난 18일과 이날 주소지를 찾아 확인해보니 이곳은 대학의 학생경력개발처가 운영하는 학생창업지원센터였다. 에스텔 엔지니어링은 지금은 퇴거한 상태다.

두 사람 모두 이 대학 출신으로 학교에서 창업 지원을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대학 관계자는 “학생들이 지원 신청을 해 통과되면 대여해주는 사무실”이라며 “지금은 에스텔 엔지니어링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지원은 최대 1년까지만 가능하다”며 “(에스텔 엔지니어링은) 2023년 하반기에 입주했다가 이듬해 11월쯤 나갔다”고 했다. 이 사무실에는 다른 학생들이 창업한 기업 4곳의 간판이 붙어 있었다.

북한이 한국에서 보낸 무인기를 격추했다며 밝힌 시점은 지난해 9월27일과 지난 4일이다. B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 무인기를 날렸다고 주장했다. 다만 B씨 업체는 2024년 대학 내 사무실에서 퇴거했다.

B씨는 에스텔 엔지니어링 외에도 인터넷 언론사 두 곳의 대표를 맡아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이 언론사들은 사업자등록에서 서울 강남구·마포구로 사무실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곳은 모두 ‘비상주 오피스’로 실제 사무실은 없었다.

이 언론사들은 특정 대북·외교안보 포럼과 유착 의혹을 받는다. 이 포럼과 관련된 인물들의 기고·기사를 여러 건 게재했기 때문이다. 에스텔 엔지니어링 ‘대북전문이사’를 맡았던 C씨도 이 포럼에서 ‘북한팀 매니저’를 담당했다. 해당 포럼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포럼은 본 (무인기) 이슈와 관련해 어떠한 형태의 관여·참여·기획·실행·지원 또는 연계 행위도 한 사실이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들이 이러한 활동을 해온 의도에도 관심이 쏠린다. 무인기 사건 발생 전후 이들이 언론과 한 인터뷰에 단서가 몇가지 있다. 우선 무인기를 판매하기 위한 테스트 혹은 홍보용 비행이다. C씨는 지난해 1월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중국에서 재료를 구해 한 대에 200만원도 안 되게 무인기를 만들 수 있다. 제3세계 중 가난하지만 무기체계가 안 되어 있는데 중국산을 믿기 어려운 나라에 수출 가능한 기종 2개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음모론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라는 추정도 있다. B씨는 채널A 인터뷰에서 “예성강 방사선 수치 확인을 위해 무인기를 날렸다”고 했다. 황해북도 평산군 근처의 우라늄공장에서 인근 예성강으로 방사능 오염수를 방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정치 쟁점화하려 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A씨와 B씨는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서 근무했고, 3명 모두 보수단체 활동 경력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이 무인기를 활용해 대북 활동을 펼치려 했다는 추정도 나온다. C씨는 지난해 1월 한 인터뷰에서 미국 스페이스X의 위성통신 ‘스타링크’를 이용해 북한에 인터넷을 보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아이폰과 스타링크를 뿌리고 텔레그램을 쓸 수 있게 해주면 “체제 변혁을 위한 결사체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날 B씨가 ‘자신이 무인기를 날렸고 같은 날 군경합동조사TF에서 조사한 민간인 용의자인 A씨는 제작만 한 것’이라고 한 언론에서 밝힌 데 대해 “큰 틀에선 틀린 내용은 아니다”라며 “다만 전체적인 사항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구체적 내용은 수사 목적상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욱·강한들·전현진 기자 woo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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