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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왜 세계는 한국의 곤충산업에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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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왜 세계는 한국의 곤충산업에 주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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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월드뱅크가 주관한 ‘하나의 건강, 하나의 미래’ 국제 콘퍼런스가 잠비아에서 열렸다. 세계보건기구, 식량농업기구, 유엔환경계획 등 국제기구와 동·남부 아프리카 20여개국 정부, 시민사회가 모인 이 회의 주제는 기후위기와 식량 불안이라는 이중의 위기 속에서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을 어떻게 함께 지켜낼 것인가였다. 이 자리에서 곤충 기반 식용·사료 산업이 중요한 대안으로 논의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번 논의에서는 기후변화와 사료 가격 급등, 외화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농업 현실 속에서 지금 당장 적용 가능한 식량·사료 대안으로 진지하게 검토됐다.

세계은행은 ‘사료에서 식품까지’ 세션에서 한국을 곤충산업 분야의 선도 국가로 소개했다. 주목받은 이유는 곤충산업을 정책·연구·현장 적용 등 단계적으로 키워온 경험 때문이었다. 한국은 정부의 정책적 틀, 연구기관의 과학적 검증, 곤충산업중앙회 등 자발적 농업인 단체의 참여가 결합되며 곤충산업이 실험 단계를 넘어 사회적으로 수용 가능한 산업으로 자리 잡아 왔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관심을 보인 것도 바로 이 ‘공공적 축적 과정’이었다.

이 경험은 현재 국제협력 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짐바브웨 코피아(KOPIA) 센터를 중심으로 사료 곤충 실증과 기술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장비 보급이 아니라, 지역 농업인이 스스로 생산하고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세계은행이 이 모델을 말라위, 케냐, 마다가스카르 등으로 확산시키려 하는데, 원조가 아니라 자립 가능한 식량·사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서다.

아프리카 현장에서 특히 주목받는 곤충은 동애등에(BSF)다. 동애등에는 음식물 부산물과 농업 잔재를 빠르게 분해하며 성장하고, 단백질과 지방 함량이 높아 가금류와 양식, 돼지 사료로 활용하고 있다. 물과 사료 투입이 적고 병원성 위험도 낮아,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사육할 수 있다.

이번 논의는 기술을 넘어 제도와 인력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음식물 자원화 체계, 정부·대학·현장을 잇는 전문 인력 양성, 농업인 교육이 함께 논의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곤충산업이 일회성 시범사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식량 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공공적 기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노먼 볼로그 박사의 다수확 밀 품종이 멕시코, 인도 등 세계 기아의 흐름을 바꿨듯, 오늘날 곤충사육 기술 역시 기후위기 시대의 새로운 식량 해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수천년 동안 누에사육을 통해 축적해 온 한국곤충산업의 경험은 단순한 산업 성과가 아니라, 식량 불평등과 환경 위기에 직면한 지역과 연대할 수 있는 공공적 자산이다. 아프리카와 함께 만들어 가는 이 협력이, 기술이 아닌 삶의 지속 가능성을 키워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


방혜선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방혜선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방혜선 농촌진흥청 농업생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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