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회의가 있어서 세종시의 정부종합청사에 갔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건물을 지나는데, 온통 현수막으로 덮여 있었다. 내용을 보니 “고압선 강행은 주민 가슴에 총 겨눈 살인행위! 즉각 철회하라” “장군면 송전선로 결사반대” 같은 문구들이 적혀 있다. 세종시 장군면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이었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선은 신계룡~북천안 34만5000V 송전선이다. 물론 천안이 종착지는 아니다. 북천안 변전소를 지난 송전선은 다시 신기흥 변전소로 연결될 예정이다. 신기흥 변전소는 경기 용인시에 들어설 예정인 변전소이다.
신계룡 변전소 아래에는 신정읍과 신임실 변전소가 있고, 그 아래에는 신고창, 신장성, 신광주, 신화순, 신해남, 신고흥 변전소가 줄줄이 있다. 그 사이사이에 60m 안팎의 철탑들이 들어서고 34만5000V 전기가 흐르는 송전선들이 걸리는 것이다.
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선은 신계룡~북천안 34만5000V 송전선이다. 물론 천안이 종착지는 아니다. 북천안 변전소를 지난 송전선은 다시 신기흥 변전소로 연결될 예정이다. 신기흥 변전소는 경기 용인시에 들어설 예정인 변전소이다.
신계룡 변전소 아래에는 신정읍과 신임실 변전소가 있고, 그 아래에는 신고창, 신장성, 신광주, 신화순, 신해남, 신고흥 변전소가 줄줄이 있다. 그 사이사이에 60m 안팎의 철탑들이 들어서고 34만5000V 전기가 흐르는 송전선들이 걸리는 것이다.
결국 서남해안의 태양광과 풍력으로 생산된 전력을 경기 용인 부근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선들이다. 워낙 여러 개의 송전선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어서,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경기도에도 집중적으로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이 있다. 안성시가 그렇다. 남쪽에서 올라가는 송전선은 안성을 지나야 용인으로 갈 수 있다.
숫자로 봐도, 지금 추진되는 송전선과 변전소가 역대급 규모라는 것이 드러난다. 2025년 5월에 발표된 11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따르면 2023년 9994C-㎞(서킷킬로미터)인 34만5000V 송전선은 2038년 1만9284C-㎞로 늘어날 예정이다. 2배로 증가하는 것이다. 2023년 117개인 34만5000V 변전소도 2038년까지 179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무려 62개를 더 짓는 것이다.
참고로 34만5000V 송전선은 장거리 송전용이다. 도로로 치면, 고속도로 같은 것이다. 지금 건설하는 이 송전선들은 주로 비수도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것들이다. 지역 내에서 계통을 연결하기 위한 용도가 아닌 것이다.
한전은 2038년까지 변전소와 송전선 건설에 72조8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물론 공공부문에서 추진되는 공사가 늘 그렇듯이, 사업을 시행하다 보면 공사비는 더 들어갈 것이다. 그중 상당 부분은 용인으로 향하는 34만5000V 송전선 건설에 소요될 수밖에 없다. 바로 용인에 추진되는 2개의 반도체 산업단지 때문이다. SK의 일반산업단지와 삼성이 들어간다고 하는 국가산업단지가 그것이다. SK는 현재 1호기를 짓고 있고, 삼성의 국가산업단지는 아직 토지보상 단계이다.
반도체 산업단지가 필요하다고 해도, 전력이 생산되는 곳 가까이에 지으면 이런 어마어마한 규모의 초고압 송전선이 필요하지는 않다. 더욱 고약한 것은 주민들이 지중화를 요구해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울의 송전선 지중화율은 89.6%인 반면, 충남의 송전선 지중화율은 1.3%인 실정이다(2019년 기준).
그래서 비수도권이 수도권의 ‘전력식민지’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일제가 조선의 쌀을 배로 실어간 것과 수도권이 비수도권의 전력을 끌어가는 것이 뭐가 다르냐’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수도권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비수도권으로 밀려들고 있다. 수도권에서 발생하는 의료폐기물, 산업폐기물이 비수도권으로 떠넘겨져 왔는데, 이제는 생활폐기물까지 비수도권으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2026년부터 수도권 생활폐기물은 직매립이 금지됐는데,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소각장을 확충해놓지 않았다. 그리고 기후부도 무대책이었다.
그 결과 수도권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이 충남, 충북 등지로 밀려들고 있는 것이다. ‘발생지 책임의 원칙’도 무력화됐다. 민간업체들에 맡겨서 처리하면 ‘발생지 책임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력은 수도권으로 보내주고, 쓰레기는 받아들여야 하는 부조리함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식민지 독립투쟁하듯이 비수도권 주민들이 들고일어나야 잘못된 구조를 바꿀 텐가? 이재명 대통령이 표방하는 ‘모두의 대통령’이 ‘수도권만의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행정통합으로 이런 차별적 구조를 덮으려고 해서도 안 된다. 통합해서 ‘특별시’가 되면 충남과 전남의 초고압 송전선들을 서울 수준으로 지중화해줄 것도 아니면서, ‘서울특별시’와 동일한 지위라고 하는 것은 헛된 말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비수도권 지역을 생각한다면, 비수도권을 전력식민지·폐기물식민지 취급하는 차별적인 구조부터 바꿔야 한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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