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되면서 민간 소각시설을 통한 지역 반입이 가시화됐기 때문이다.
2021년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이 개정되어 전처리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생활폐기물을 직접 매립할 수 없도록 규정했는데, 2026년 1월부터 수도권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됐다.
직매립 금지 자체를 문제라 할 수 없다.
폐기물은 발생 억제, 재사용, 재활용을 거쳐 에너지 회수를 거친 뒤 최종 수단으로 매립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다.
직매립을 그대로 허용한다면 매립장 조성 등 폐기물 처리를 둘러싼 논란과 갈등은 지속될 것이며 자원순환 실현과 탄소중립 달성은 더욱 요원한 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직매립이 금지된 생활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여 처리하고자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국민적 갈등의 뇌관으로 작용한다.
수도권 내에서는 물론이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공공부문과 민간부문, 폐기물 처리업체와 지역 주민 간에 갈등과 분쟁을 촉발한다.
폐기물 관리와 자원순환 정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수도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
첫째, 연간 50만톤 이상의 수도권 생활폐기물을 다른 지역에서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2024년 인천수도권매립지에서 처리한 생활폐기물 매립량은 558,645톤에 이른다.
직매립이 금지됐으니 다른 출구를 찾아야 한다.
수도권 내 공공 및 민간 소각처리시설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유력한 방안은 다른 지역의 민간 소각시설을 통해 위탁 처리하는 방식이다.
둘째, 생활폐기물이 반입되는 지역의 환경 피해와 주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수도권의 풍요와 편리를 위해 발생한 폐기물을 다른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것은 환경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정의롭지 못한 일이다.
청주시의 경우 북이면의 밀집된 소각시설로 인해 오랫동안 민원과 갈등을 겪어왔다.
민간 처리시설은 반입협력금 협의 대상도 아니며 주민들에 대한 공식적 지원방안도 부재한 상황이다.
셋째, 생활폐기물 관리 정책의 핵심인 '발생지 처리 원칙'을 훼손하는 일이다.
발생지 처리 원칙은 광역폐기물매립지 조성사업이 본격화된 2천년 전부터 확립됐다.
2022년 폐기물관리법 개정과 함께 관할 구역에서 우선적으로 처리하도록 명시됐다.
이 원칙이 훼손된다면 지역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고 국민주권정부의 지방분권정책에도 역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넷째 폐기물 처리 위주의 자원순환 정책의 한계를 드러낸 사안이다.
직매립 금지 합의는 인천수도권매립지 사용기한 종료를 앞둔 2015년부터 본격화되다.
10년이면 발생 억제, 재사용과 재활용, 전처리 및 소각시설 확충 등 대책 수립이 가능했다.
하지만 정부와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책임을 지역으로 전가하는 것은 자원순환 정책을 포기하는 무책임한 발상이다.
접근성이 좋은 충청북도, 이미 4개의 민간 소각업체가 가동되고 있는 청주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이미 3개의 민간 소각업체가 수도권 지자체와 위탁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얼마나 늘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우선, 생활폐기물 발생지 처리 원칙을 지켜내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정부는 민간 소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외부 폐기물 반입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반입협력금 적용 대상을 민간 소각업체 및 적용 범위를 산업폐기물로 확대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자원순환 정책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제1차 국가자원순환기본계획은 2027년에 종료된다.
국가와 지역은 순환경제사회촉진법에 따른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쓰레기 없는 사회와 순환경제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전략을 합의하는 과정으로 만들어야 한다.
매립·소각에 의존하지 말고 발생 억제와 재사용·재활용·새활용 위주의 자원순환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수질오염총량제와 같이 지역개발제한과 연동되는 폐기물총량관리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역사회 차원의 역량을 모아내고 총력 대응을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신속히 대응해 왔다.
이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지역주민, 전문가와 함께 공론장을 열고 공조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사회의 총의를 모아내고 지방선거 핵심 이슈로 부각시켜야 한다.
정당과 후보들이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노력하는지 관점과 능력을 검증하는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염우 풀꿈환경재단 대표이사·위기관리학 박사 수도권쓰레기,생활폐기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