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Focus] 정치 논리에 길 잃은 산업
지자체 수자원 확보 계획도 없어
지선용 헛구호에 K반도체 '흔들'
이전 현실화땐 비용 부담 눈덩이
투자 지연에 지역경제까지 타격
지자체 수자원 확보 계획도 없어
지선용 헛구호에 K반도체 '흔들'
이전 현실화땐 비용 부담 눈덩이
투자 지연에 지역경제까지 타격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의 지방 이전을 주장하지만 반도체 제조의 주요 자원인 공업용수가 새만금 등 호남 지역에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생산시설에 워낙 많은 공업용수가 필요해 물 공급 계획은 공장을 짓기 10년 전부터 세우는데 전북 새만금 등은 현재도 용수 공급 여력이 필요량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19일 정부와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북도당과 시민단체들이 반도체 단지 이전을 주장하는 새만금 지역에 물을 공급하는 전북 진안군 용담댐의 공업용수 여력은 10만 톤을 밑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용인 반도체 산단은 하루 76만 4000톤의 공업용수를 필요량으로 정하고 물 확보 계획이 수립돼 있다.
하지만 수자원공사가 집계한 용담댐의 공업용수 시설 총량은 전주 하루 70만 톤, 금산무주권 2만 7000톤 등 72만 7000톤에 불과하다. 시설 총량이 용인 반도체 산단이 하루 쓸 양을 밑도는 수준이다. 추가로 끌어 쓸 용수도 부족한 실정이다. 용담댐은 전북에 하루 약 50만 톤의 생활용수도 제공하고 있어 실제 용수 공급 여력은 10만 톤을 밑돈다. 정부가 세운 2040년 용담댐 여유 물량도 5만 톤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만금뿐 아니라 ‘반도체 남부 이전론’을 주장하는 지방자치단체들도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기에는 수자원이 크게 부족한데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한 곳은 없다. 당장 수자원의 절대량부터 차이가 크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국가 4대 유역 중 용인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한강 유역의 공업용수 시설 총량은 하루 998만 5000톤으로 영산강·섬진강(201만 5000톤), 낙동강(371만 3000톤)보다 약 2.6~5배가 많다.
특히 ‘영남 이전론’의 시발점인 낙동강은 임하·영천·안계·감포·운문·대곡·사연·대암·선암·밀양·남강·연초·구천댐 등으로 수자원이 분산돼 공업용수를 대기는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용인 반도체 산단의 공업용수 지원을 위해 2034년까지 2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사업을 상반기 착공할 계획이다. 용인 반도체 산단이 울산광역시로 이전될 경우 공업용수를 위해 7개 댐에 배관을 설치하면서 약 4조 원의 공사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서 바닷물을 끌어 쓰자는 ‘해수 담수화’ 주장도 제기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성이 전혀 없다고 반박한다. 머리카락보다 수만 배 얇은 회로를 새겨야 하는 반도체는 미세한 입자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이 때문에 반도체 생산에 사용되는 물은 무기질과 미립자는 물론 이온·염소·이산화규소까지 제거된 고도로 정제된 ‘초순수’를 사용한다. 더욱이 해수를 염분이 없는 담수로 만드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 톤당 원가가 1500원으로 일반 공업용수(400원)보다 4배가량 비싸져 기업이 지방 이전으로 비용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명분을 잃게 된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반도체 산업은 정확한 시기에 ‘연구개발(R&D)-착공-준공-양산’을 해야 경쟁력이 유지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매년 수십조 원의 투자가 일어난다. 정치권의 반도체 지방 이전론으로 정부의 용인 반도체 산단 계획이 흔들릴 경우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투자가 지연돼 지역 경기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 계획이 변경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시설 일부를 미국으로 옮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단은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국가 산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수자원, 기후, 공급 안정성의 문제”라며 “이전 요구를 하는 지역들은 용수 여유 물량이 턱없이 부족할 뿐 아니라 수질 여건 역시 반도체 생산에 부적합하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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