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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물 77만톤 필요한 반도체 클러스터…새만금은 고작 10만톤

이데일리 송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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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물 77만톤 필요한 반도체 클러스터…새만금은 고작 10만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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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76만톤 전제된 국가산단 용수 계획
새만금 수계, 여유 물량 10만톤 미만
법원 판단에도 정치권서 이전론 재점화
“글로벌 증설 경쟁 시작…경쟁력 저하 우려"
[이데일리 송재민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거점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둘러싼 이전 논쟁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그러나 하루 76만톤의 공업용수를 전제로 설계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를 옮기기에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새만금 등 호남권 수계의 용수 여력이 구조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건설 현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건설 현장.(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9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국가산업단지가 가동되는 2035년 기준 하루 공업용수 수요는 76만4000톤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이에 맞춰 2031년까지 하루 31만 톤을 공급하는 1단계를 거쳐, 2035년까지 하루 76만 톤을 공급하는 2단계 계획을 수립했다. 이 같은 물량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공급 사업’에 반영돼 있으며, 전체 계획상 공급 규모는 하루 107만2000톤에 달한다.

용인 산단에 공급될 용수는 한강 수계를 통해 확보된다. 한강 수계는 금강, 영산강·섬진강, 낙동강을 포함한 4대강 유역 가운데 수량과 수질, 장기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가장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는 팔당댐에서 용인까지 이어지는 총 연장 46.9㎞ 관로 공사에 대한 설계를 진행 중이며, 올해 상반기 1개 공구를 착공하고 연말까지 2단계 관로 설계를 마친 뒤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처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계획이 구체화된 상황에서도, 정치권 일각에서는 입지를 새만금 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용수 수급 구조만 놓고 보더라도 이전론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용인에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이미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클러스터 조성을 본궤도에 올린 상태다.

새만금 지역은 금강 수계에 속한 용담다목적댐 용수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용담댐의 연간 용수 공급 가능량은 약 6억5000만톤으로, 하루 기준 약 178만톤 수준이다. 다만 이 물량은 이미 전주·익산·군산 등 전북권 생활·공업용수로 대부분 배분돼 있다.

실제 용담댐의 공업용수 시설 총량은 전주 지역 하루 70만톤, 금산·무주권 하루 2만7000톤 등 총 72만7000톤에 그친다. 여기에 전주시 등에 공급되는 생활용수만 하루 50만톤 이상에 달해, 현재 기준으로 추가 활용 가능한 여유 물량은 하루 10만톤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파악된다.


이는 하루 76만 톤 이상의 초순수가 필요한 반도체 국가산업단지 수요와는 구조적으로 맞지 않는 규모다. 영산강·섬진강 수계 역시 여유 물량이 수만 톤 수준에 그쳐, 대규모 반도체 산단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는 “용인은 필요한 용수 전량이 이미 국가 계획에 반영돼 단계별로 추진되고 있지만, 다른 지역은 물량 자체를 다시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 같은 논쟁은 미국의 반도체 투자 압박이 거세지는 시점과 맞물리며 산업계의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정부는 관세와 보조금, 인허가 속도를 동시에 활용해 반도체 생산 거점을 자국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으며, 실제로 TSMC는 애리조나 공장 추가 증설을 확정했다.

이 특임교수는 “글로벌 증설 경쟁은 이미 시작됐고, 일정이 밀리면 그 자체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며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국내 인프라 논쟁이 길어질 경우 기업들의 투자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