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윤구 교사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는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응용하고 관리할 수 있는 창의적인 학생”이라고 말한다. 윤윤구 교사 제공 |
대학 입시는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학부모의 최대 관심사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고,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원치 않는 부모는 없다. 변화하는 입시 제도에 일희일비하고, 사교육에 의존하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지난해 3월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학점을 취득하도록 한다는 취지와 달리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불러왔다. 어떻게 대입을 준비해야 할까.
20년차 교사이자 교육부 교육정책자문위원, EBSi 입시 대표 강사로 활약 중인 윤윤구 한양사대부속고 융합인재부 교사에게 해답을 들었다. 최근 ‘입시의 본질’을 펴낸 그는 “부모의 가장 큰 착각은 자녀의 객관식 능력을 부모가 얼마든지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해 사교육에 의존하는 것”이라며 “단언하건대 객관식 능력을 키우는 건 오로지 학생만 할 수 있으며, 본질은 학생이 공부를 하느냐 하지 않느냐, 즉 제도가 아무리 바뀌어도 ‘자기주도학습’을 잘하는 학생이 무조건 합격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입시의 본질’을 왜 쓰게 되었나.
“입시의 최전선에서 만나는 학생, 학부모는 항상 본질에서 벗어난 이야기를 한다고 느꼈다. 마치 대학이 인생의 최종 목표인 것처럼 인식한다. 입시도 공부도 학생의 성장이라는 ‘본질’, 즉 자기주도학습에서 벗어나면 실패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대입 필승 공식은 항상 ‘성장’, 즉 자기주도학습이다. 대학은 고교 생활을 통해 성장한 학생들을 선발하는데, 그 성장이 ‘증명’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증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과 과정을 소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타인(부모)주도학습’을 자기주도학습이라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자기주도학습은 공부의 시작과 끝을 학생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결정권은 결국 자기효능감의 토대이기도 하다.”
–대입 정책이 바뀌어도 대학이 원하는 인재 유형은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대학이 생각하는 우수한 학생은 기본적으로 ‘창의적인 학생’이다. 인공지능(AI)이 제시하는 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응용하고 활용하고 다르게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 학생을 선발하려 한다. 창의성을 표현하고, 학습하고, 훈련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이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학생은 ‘질문이 많은 학생’으로 규정할 수 있다.”
–책에서 ‘자기주도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사교육 과의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공교육과 사교육의 구분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교육’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진다는 전제를 두기 때문이고, 공교육이든 사교육이든 결국 ‘성장을 위한 도구다. 결국 공교육도, 사교육도 쓰기 나름이다. 다만, 제대로 된 교육, 본질에 충실한 교육을 위해서는 ‘남보다 빠른’이라는 전제를 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남보다 빠른 속도를 배제하면 공교육을 통한 성장, 공교육을 통한 입시는 성공한다. 교육에서 ‘빠름’을 빼고 나면 ‘아이의 속도’가 보이고, 그때부터 진짜 ‘자기주도학습’이 시작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속도로 가면 자기주도는 불가능한데, 사교육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의 대부분이 바로 ‘속도전’에 집중한다.”
–자녀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다. 자녀의 가능성을 우수함으로 바꾸고,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을 높일 수 있는데, 정확하게는 ‘질문’에 있다. 자녀의 인생을 바꿀 질문을 만들기 위한 부모의 노력이 필요하다. 항상 새로운 것을 찾으려 노력하고, 남다른 질문을 던지는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면, 자녀도 그와 같은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대화를 할 때는 항상 주제가 있어야 한다.”
–선행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책에서는 무조건적인 선행은 하지 말라고 했다.
“선행학습은 대부분의 경우 ‘독’이 된다. 현재 수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의 선행은 공부에 대한 거부감만 키운다. 굳이 이야기하자면, 선행과 예습은 구분돼야 한다. 대체로 예습 범위를 1학기 정도로 본다. 좀더 명확하게 얘기하면, ‘1예2학4습’(1시간 예습, 2시간 학습, 4시간 복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녀 스스로가 배운 내용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틀린 문제를 설명하기를 ‘즐거운’ 미션으로 만들면 자녀의 성장은 매우 빠르게 나타난다.”
–결국 자기효능감, 자기조절감을 갖는 게 가장 좋은 대입 전략 같은데.
“자존감이 높은 학생은 공부를 잘할 수밖에 없다. 공부는 결국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자기효능감과 자기조절감이 높다는 말은 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공부 과정을 통해 자기효능감을 가진 학생은 공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조절할 수 있다. 수능 만점을 받은 학생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는 현 상황에서 자기효능감은 최고의 입시 전략이 될 수 있다.”
–자기효능감을 갖는 방법으로 가족 독서를 제안했다.
“가족 독서를 통한 주제가 있는 대화는 자녀에게 많은 ‘질문’을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2028 대입은 정성평가를 중시한다는 점에서 현행 대입과 많이 다르다. 어떻게 전략을 짜야 할까.
“학업에서는 자신의 진로, 적성,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은 공부가 필요하다. 특히, 진로와 적성보다는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은 공부가 더 중요하다. 다만, 진로를 결정하고 고교 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 공부를 하다보면 진로가 바뀌는 것이 당연하고 대학은 진로 변경에 어떤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진로와 적성, 관심 분야에 대한 깊은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면 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없다’는, 내가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말이다. 모두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존재다. 문제는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우리 안의 가능성을 깨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통’이 전제된다는 점이다. 성장은 힘들고, 어렵고, 피곤한 일이다. 그 고통을 묵묵히 버티면 성장이 이뤄진다. 끝없이 ‘나는 공부를 좋아한다’ ‘나는 공부를 잘한다’고 끝없이 스스로를 설득하고 세뇌해야 한다. 그럼 우리 뇌가 그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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