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
지난해 말부터 20대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 부동산 매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19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의 ‘소유권 이전 등기(매매)’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경기에서 생애 처음 아파트, 빌라 등 부동산(집합 건물)을 사들인 20대는 2175명으로, 10월(1797명) 대비 21%(378명) 증가했다. 30대는 같은 기간 생애 첫 집 매수자 수가 2%(164명) 증가했고, 40대는 4%(104명)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의 경우 20대 생애 첫 집 매수자 수 증가율은 27%(214명)였으며, 30대는 11%(326명), 40대 3%(52명)로 집계됐다. 경기도에선 20대만 16%(164명) 증가했으며, 30대와 40대는 각각 4%(162명), 19%(409명) 감소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사진 뉴스1 |
40대가 큰손이었던 부동산 시장의 흐름은 점차 바뀌고 있다. 30대가 앞장서고, 20대가 뒤따르는 추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0대와 30대는 청년층으로 함께 묶이나, 특성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30대의 경우 대체로 근로소득을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자산을 축적한 후 빚을 활용해 집을 산다면, 20대는 소득·자산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그럼에도 20대가 부동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패닉바잉’ 심리가 앞선 추격 매수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데 공포감을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엔 ‘20대 신혼부부 영끌 부동산 매매 조언 부탁드려요’ ‘20대 벼락거지 면하려 집 삽니다’ 등의 글이 자주 목격된다.
20대가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서울에서 생애 처음으로 사들인 집합 건물 수를 자치구별로 집계한 결과 1위는 강서구(132건)였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강서구 아파트 평균 거래 금액은 8억8269만원이다. 이어 송파구(130건), 마포구(125건), 노원구(118건), 동대문구(112건), 양천구(108건), 은평구(102건)가 뒤를 이었다.
주택 증여가 늘어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대학원 교수는 “고소득 전문직이 아닌 이상 20대에 수억 원을 모으는 것이 쉽지 않을 뿐더러 대출도 막힌 만큼, 20대 주택 매수가 증가하는 것은 증여가 늘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자녀의 내 집 마련에 두 팔을 걷어붙인 50~60대도 많아졌다고 한다. 서울 용산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아들이 20대인데 미리미리 집 좀 사두려고 한다”며 “10억원 안팎 서울 외곽 아파트나 재개발 빌라를 추천해달라는 주요 고객들의 전화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김보연 기자(kb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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