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수지 흑자 등에 외화자금시장 달러 풍부
현물환시장선 달러 귀해…해외투자 확대 영향
외화자금 ‘풍요’ 속 현물환 시장서 달러 ‘빈곤’
현물환시장선 달러 귀해…해외투자 확대 영향
외화자금 ‘풍요’ 속 현물환 시장서 달러 ‘빈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 [헤럴드DB]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최근 고공행진하는 환율이 ‘외환위기 징후’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한국은행이 “외화자금 시장에는 달러가 넘쳐나고 있다”며 반박했다.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 국장은 19일 한은 블로그에 ‘외화자금시장에 달러는 많은데 환율은 왜 오르는 것일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최근 외화를 빌리거나 빌려주는 시장에서는 싼 이자에라도 빌려주려는 주체들이 많아 달러가 풍부한 상황인 데 반해 달러를 직접 사고파는 시장에서는 달러를 팔려 하지 않고 사려고만 해서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잘 떨어지지 않는다”며 “달러 자금이 풍부해 싼 이자로 빌리기 쉬운 지금을 외환시장의 위기라고 부르기는 어렵다”고 현재 상황을 진단했다.
최근 일각에서 최근 고환율 상황을 과거 외환·금융위기에 빗대 ‘금융위기’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는데, 이는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외화자금시장의 달러 공급이 원활했던 이유는 한국이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를 과거에 비해 덜 매도하고 외화예금으로 쌓았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11~12월에는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수입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외화예금을 더 늘리는 행태를 보였다.
한은과 정부가 국내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발표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도 외화자금시장에 외화 유동성 공급을 늘렸다. 이와 함께 지난해에는 외국인의 채권자금이 전년보다 2.7배 더 국내로 들어왔는데, 채권자금의 절반 이상이 외환스왑을 통해 달러 자금을 빌려주고 받은 원화로 투자되기 때문에 외화자금의 주요 공급원이 됐다.
다른 한편, 현물환시장에서 달러 가치가 고공행진하는 것은 거주자의 해외투자 수요가 폭발했기 때문이라고 윤 국장은 강조했다. 지난해 1~11월중 거주자의 해외증권투자와 직접투자 규모는 각각 1294억달러, 268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의 국내증권투자(504억달러)와 직접투자(63억달러)를 크게 웃돌았다. 해외 주식을 사기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려는 수요가 현물환시장에 집중되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윤 국장은 “달러 매매 시장의 불균형은 특히 지난해 4분기 집중됐는데, 거주자와 외국인 주식자금 대부분이 달러로 환전돼 유출되면서 환율은 큰 상승압력을 받은 반면, 외국인의 채권 투자자금은 상당 부분 스왑거래를 통해 달러자금으로 공급됨에 따라 외화자금시장의 유동성은 풍부해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11월 후반부터는 NDF(역외선물환) 시장에서의 달러 매수가 강화되면서 외화자금시장에서 달러자금 공급은 늘고 현물환시장에서 달러 매입 수요는 늘어나 시장 간 불균형은 더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외화자금시장의 풍요 속’에 ‘현물환시장에서의 달러 빈곤’ 현상이 나타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윤 국장은 “외화자금 시장에서 달러가 매우 풍부해 달러자금을 역사적으로 가장 저렴하게 빌릴 수 있는 현 상황은 달러 차입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1997년이나 2008년의 외환·금융위기와는 분명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이 발행한 외화표시 채권(KP)의 가산금리는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인 50bp(1bp=0.01%포인트) 내외에 머물고 있고, 정부가 발행한 외평채의 가산금리(30bp 중반) 및 CDS(신용부도스왑) 프리미엄(20bp 수준)도 안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윤 국장은 “올해 들어 원/달러 환율이 미 달러화 강세 및 엔화 약세 등 국제금융시장 상황의 영향을 주로 받는 가운데에서도 여전히 우리만의 요인으로 인한 추가적인 상승압력을 받고 있다”면서도 “다행스러운 것은 글로벌 투자자는 우리 경제 펀더멘털(기초 상태)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뉴프레임워크는 환헤지와 해외투자 전략을 조정할 여지를 열어두고 있어 장·단기 외환수급 개선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오는 4월 WGBI(세계정부채권지수) 편입이 예정되어 있고,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 편입을 염두에 두고 추진중인 국내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등은 실질적인 수급 개선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