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그린란드 파병 8개국에 美 관세 예고→EU '강대강'…대서양 관계 시험대
[누크=AP/뉴시스] 17일(현지 시간)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위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항의하며 미국 영사관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2026.01.18. /사진=민경찬 |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관세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대하는 유럽 국가에 추가관세를 예고하자 EU(유럽연합)는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 카드를 꺼내며 강대응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로 촉발된 그린란드 문제가 미국과 유럽의 지경학적 이해 충돌로 심화하는 모양새다.
EU 당국자들은 1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에 맞서 930억유로(한화 약 159조1974억원) 규모의 보복 관세 패키지를 가동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한 EU 외교관은 "미국과 합의하지 못하면 930억 유로 규모의 보복 관세 부과 조치를 2월6일부터 자동 발효할 것"이라고 밝혔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협상 당시 이 관세안을 마련했으나 6개월 가량 유예해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에 파병한 유럽 8개국에 대해 오는 2월1일부터 10% 추가관세를 물리고 6월1일부터는 이를 25%로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그러자 EU는 즉각 반발했다. 보복관세 외에 '무역 바주카포'라고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도 있다. 이 조치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투자, 금융시장, 공공조달, 지식재산권 등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이 조치는 2023년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관세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삽화=로이터 |
EU는 오는 22일쯤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21~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할 예정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다보스에 어떤 입장을 낼지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오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EU 회원국들과 협의를 통해 덴마크와 그린란드를 강하게 지지하고 어떤 형태의 강압에도 맞설 준비가 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EU의 한 외교관은 "현재로서는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 미국에 보복 조치를 취할 계획이 없다"며 "2월1일까지 기다렸다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경우 보복 조치를 검토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실제로 유럽 각국에 관세를 물리고 유럽 국가들이 보복관세 등 맞대응에 나서면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대서양을 사이에 둔 미국과 유럽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결성하며 옛 소련이나 지금의 러시아에 맞서 강력한 '대서양 동맹'을 구축해 왔다. 그런데 중·러를 견제하기 위해 그린란드를 미국이 '매입'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 이후 철통같던 이 동맹에 균열이 가는 것이다.
EU 대사들은 18일 브뤼셀에서 긴급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과 덴마크·핀란드·프랑스·독일·네덜란드·노르웨이·스웨덴 등 그린란드에 파병해 트럼프의 '타깃'이 된 유럽 8개국은 공동 성명을 내고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관세 위협은 대서양 관계를 훼손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했다.
1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장악 시도에 반발한 그린란드 시위대가 미국 영사관 앞에 모여 있다. /사진=AP(뉴시스) |
양성희 기자 y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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