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겨울의 대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스키장이 사라지고 있다. 성수기에도 열리지 않은 슬로프, 운영이 중단된 리프트, 그리고 방치된 산자락. 스키장은 여전히 겨울을 맞이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풍경은 점점 보기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겨울 성수기를 맞은 스키장 슬로프가 닫혀있다. 상급자 코스는 아직 눈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운영을 시작하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용이 가능했던 코스지만, 이번엔 해를 넘겨서야 개장이 검토됐다.
성수기인데…
텅텅 비었다
강원 춘천의 한 스키장은 본격적인 스키 시즌임에도 슬로프 일부를 열지 못한 채 운영하고 있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데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날이 잦아 인공 눈을 깔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스키장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슬로프 운영 면수를 줄이거나, 개장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용객의 체감도 크게 달라졌다.
줄 서 있는 스키어들 ⓒ뉴시스 |
겨울 성수기를 맞은 스키장 슬로프가 닫혀있다. 상급자 코스는 아직 눈이 충분히 쌓이지 않아 운영을 시작하지 못했다.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 전후로 이용이 가능했던 코스지만, 이번엔 해를 넘겨서야 개장이 검토됐다.
성수기인데…
텅텅 비었다
강원 춘천의 한 스키장은 본격적인 스키 시즌임에도 슬로프 일부를 열지 못한 채 운영하고 있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은 데다, 낮 기온이 영상으로 오르는 날이 잦아 인공 눈을 깔기 위한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스키장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슬로프 운영 면수를 줄이거나, 개장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이용객의 체감도 크게 달라졌다.
온라인상에는 “성수기인데도 사람이 없다”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한 이용객은 “스키장이 한산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실제로 와보니 정말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스키장은 눈과 추운 날씨가 있어야 운영되는 산업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이어진 기온 상승과 강설 변화로, 스키장 운영이 흔들리고 있다. 국내 스키 산업은 이미 몇 년간 진통을 겪어왔다.
한국스키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전국 스키장은 한때 17곳이 운영됐으나, 폐업과 휴업, 운영 중단을 거치며 현재는 13곳만 남아 있다. 최근 10여년 사이 여러 스키장이 문을 닫았고, 특히 최근 3년 동안 폐업 사례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스키장 이용객 수도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스키 인구는 2011년 전후 680만명을 넘기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감소세로 돌아섰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는 이용객이 140만명대까지 급감했다. 팬데믹 이후 일부 회복이 이뤄졌지만, 최근 시즌 이용객 수는 430만~440만명 수준에 머물러 전성기 대비 60%대에 그치고 있다.
스키장이 폐업하는 사례는 수도권에서 먼저 나타났다. 경기도 용인의 양지파인리조트 스키장은 지난 2022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았고, 남양주의 스타힐리조트 스키장은 2021년, 포천의 베어스타운 스키장은 2022년 이후 스키장 운영을 중단했다. 한때 수도권 대표 스키장으로 불리던 곳들이다.
저출산에 전성기 대비 이용객 60%
눈 부족·비용 부담에 경영난 가중
수도권 스키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강원 지역 스키장으로 수요가 이동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스키장을 찾는 인구 자체가 줄어든 상황에서 이러한 이동이 뚜렷한 반등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스키장 운영의 핵심 지표 중 하나는 영업일 수다. 과거 국내 스키장은 한 시즌에 120일에서 길게는 130일까지 운영되던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평균 운영일 수는 80일에서 100일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시즌에는 80~90일에 그친 사례도 확인된다.
개장 시점 역시 점차 늦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이르면 10월 말, 늦어도 11월 중에는 개장하던 스키장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12월 이후에야 문을 여는 경우가 늘었다.
이는 기온 상승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30년간 강원 주요 산지의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오르면서 자연설이 줄어들었고, 인공 제설에 필요한 영하권 기온이 확보되는 시간도 짧아졌다.
전북의 한 스키장은 이 같은 여건 변화를 이유로 슬로프 운영 면수를 줄였다. 과거 20개가 넘던 슬로프를 단계적으로 축소해 현재는 일부 코스만 운영하고 있다. 이용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스부터 운영을 중단하는 방식이다. 다른 스키장들도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자연설이 줄어들면서 스키장들은 인공 제설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인공 눈을 만드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제설기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야 정상적으로 가동할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런 조건이 충족되는 시간이 크게 줄었다.
낮 동안 기온이 오르면서 이미 쌓인 눈이 녹고, 밤에 다시 얼어붙는 현상도 잦아졌다. 이 과정에서 설질은 나빠진다. 고운 눈 대신 얼음 알갱이가 섞인 까칠한 상태로 변하면서 이용객의 불만도 늘고 있다.
눈 없는
한겨울
눈을 관리하는 데 드는 비용도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눈 관리 비용은 약 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눈이 쉽게 녹아 다시 뿌려야 하는 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물 사용량과 전력 사용량도 함께 증가했다.
한 스키업계 관계자는 “눈이 녹는 속도가 빨라지면서 예전보다 훨씬 자주 인공 눈을 뿌려야 한다”며 “관리 비용이 늘어났을 뿐 아니라 눈 상태에 대한 고객 불만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눈을 만들고 유지하는 과정 자체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스키장은 운영 조건을 맞추는 데서부터 부담을 안고 시즌을 시작하고 있다.
스키장 운영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비용 부담은 해마다 커지고 있다. 특히 인공 제설과 직결되는 전력 사용과 토지 대부료 문제가 업계의 주요 부담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강원 지역 스키장 관계자들은 제설기 가동이 집중되는 겨울철 전력 사용량을 기준으로 1년 치 기본요금을 산정하는 전력 요금 체계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른바 ‘전력피크제’가 되면서, 겨울 성수기뿐 아니라 비시즌에도 높은 기본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스키장 측은 눈을 뿌려야 영업이 가능하지만, 제설기를 가동할수록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눈을 뿌려야 손님을 받을 수 있는데, 눈을 뿌릴수록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공유림 대부료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수의 스키장은 국유림이나 공유지를 임대해 슬로프와 리프트를 운영하고 있는데, 공시지가 상승과 함께 대부료가 매년 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기후변화로 영업일 수가 줄어든 상황에서 고정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지역 스키장 관계자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도 이러한 문제들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개장 늦추고
면수 줄이고
이 자리에서 업계는 전기요금과 국공유림 대부료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요구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 통합 이용권 도입, 겨울 테마파크 전환 등 다양한 자구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비용 구조 자체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스키장을 찾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점도 업계의 어려움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출산과 함께 여가 환경 변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스키는 장비 구매와 이동, 체력 소모가 필요한 활동으로, 상대적으로 비용과 부담이 큰 레저로 분류된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러닝이나 여행, 도심형 여가로 선택지가 다양해지면서 스키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체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다. 안전 문제 등으로 학생 단체 이용이 줄어들었고, 스키장을 찾던 단체 고객이 크게 감소했다는 현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키장 시즌권 가격은 큰 폭으로 오르지 못했다. 일부 스키장의 경우 10여년 전과 비교해 시즌권 가격이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고물가 상황을 감안하면 체감 가격은 오히려 낮아진 셈이다.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강원 고성군의 알프스 스키장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뒤 수년째 운영이 재개되지 않고 있다. 스키장 부지에 조성된 콘도 건물은 방치되면서 잡초가 무성한 상태로 남아 있다. 리모델링 논의가 여러 차례 있었지만 무산됐고, 철거 비용만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라고 해서 별반 상황은 다르지 않다. 프랑스 알프스산맥의 중산간 지역에 위치한 스키장들은 강설량 감소와 기온 상승으로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알프 뒤 그랑 세르 리조트는 개장 85년 만에 폐업을 결정했다. 이 지역에는 수년간 보조금 지원이 이어졌지만 적자가 누적되면서 운영 중단이 결정됐다.
스위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저지대와 중저고도 스키장을 중심으로 폐쇄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 시즌 중반에 스키장 운영이 중단되거나, 아예 개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보고됐다.
120일서 80일로…짧아진 스키 시즌
운영일 축소에 지역 경제도 직격탄
일본에서도 적설량 부족과 따뜻한 겨울 기온으로 스키장 도산이 증가했다. 2023년 일본에서는 스키장 운영 기업의 도산이 7건 발생해 최근 10년간 최다를 기록했다. 대형 스키장은 제설 설비 도입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소 스키장은 시설 노후와 비용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키장이 문을 닫은 뒤 남겨진 공간은 또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강원 고성 알프스 스키장의 슬로프는 운영이 중단된 지 수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흙이 드러난 상태로 남아 있다. 스키장 조성 과정에서 깎아낸 산림은 자연 복원이 쉽지 않은 상태다. 비가 내릴 때마다 토사가 유출되는 구간도 확인된다.
ⓒ뉴시스 |
슬로프로 사용되던 경사면은 나무가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채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해당 지역은 백두대간 보호구역과 맞닿아 있지만, 국유지와 사유지가 섞여 있어 복원 작업은 아직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강원 태백의 또 다른 스키장 역시 일부 슬로프를 10년 넘게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산림 보호구역과 인접해 있지만, 복원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단체에서는 산을 깎아 조성한 훼손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스키장 운영 악화는 지역 경제 전반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키장 인근의 장비 대여점과 식당, 숙박업소들은 겨울철 매출에 크게 의존해 왔다. 평창의 한 스키장 인근에서는 최근 3~4년 사이 상점의 약 30%가 문을 닫은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 상인들은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한 장비 대여업 종사자는 코로나19 이후 어려운 상황이 이어졌으며, 최근 몇 년이 특히 힘들었다고 말했다.
폐업 위기에 놓인 스키장들은 다양한 대응책을 시도하고 있다. 여러 스키장이 통합 시즌권을 도입해 이용객 유치에 나섰고, 성인 시즌권 구매 시 미성년 자녀에게 무료 또는 할인된 시즌 패스를 제공하는 방식도 확대됐다.
키즈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도 늘고 있다. 일부 스키장은 전문 강사가 강습과 식사, 전반적인 관리를 맡는 패키지를 운영하고 있다. 보호자 동행 없이도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스키 산업
존폐 기로
해외에서는 사계절 관광 전환이 시도되고 있다. 알프스 지역 일부 스키장은 산악 자전거, 하이킹, 패러글라이딩 등 여름 관광 콘텐츠를 강화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키장 경영난은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노력만으로 폐업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눈 없는 스키장 해외는?
스키장 폐업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의 스키장들이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겨울 관광지인 알프스에서도 이미 스키장 폐업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개장 85년 만에 스키장 폐업을 결정한 프랑스의 알프 뒤 그랑 세르 리조트의 스키장은 해발 1370m에서 1800m 사이에 위치해 있다.
최근 수년간 강설량이 줄고 기온이 오르면서 방문객 수가 감소했고, 연간 수십만 유로의 손실을 기록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프랑스 알프스의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주민들은 주민투표를 통해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던 그랑 푸이 리조트의 스키장 운영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이 지역 역시 눈 부족으로 운영 여건이 악화되면서 스키장 유지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스위스의 일부 스키장은 이번 겨울 시즌을 아예 포기했다.
스위스 알프스의 저지대에 위치한 한 스키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문을 닫았고, 60개가 넘는 슬로프가 방치된 상태다.
스위스 기상 당국은 알프스 지역의 온난화 속도가 세계 평균보다 빠르다고 분석했다.
알프스 산맥에서는 눈이 녹으면서 지표면이 더 많은 열을 흡수하고, 이로 인해 기온 상승이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의 1월 평균 기온과 비교해 최근 겨울 기온은 섭씨 2도 이상 높아진 것으로 관측됐다.
이탈리아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이탈리아를 가로지르는 아펜니노산맥 일대의 스키장들은 알프스보다 고도와 위도가 낮아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이번 겨울 이 지역의 적설량은 평균치보다 약 45%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온이 높아 인공 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조건조차 갖추지 못하면서, 일부 스키장은 시즌 초반부터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지 스키장 운영자들은 물을 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온이 0도에 가까운 환경이 필요하지만, 최근에는 겨울철에도 섭씨 10도 이상으로 오르는 날이 잦았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제설 설비를 갖추고 있어도 실제로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유럽 연구진은 기후 변화가 지속될 경우 스키장 운영 환경이 더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평균 기온이 섭씨 2도 상승하면 유럽 28개국 스키장의 절반이 눈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분석됐다.
기온이 4도 상승할 경우에는 98%의 스키장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해발 1800~2000m 이하에 위치한 스키장들은 슬로프 운영 자체를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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