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16일 열린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 선고 공판에 출석해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체포영장 집행 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재판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질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재판장 백대현)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몇몇 장관만 불러 절차적 하자가 있고, 이를 합법 절차로 꾸미기 위해 계엄선포문을 사후에 작성했으며, 비상계엄 해제 뒤에는 수사를 피하기 위해 경호처 공무원들을 사적으로 동원했다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범행들에 관하여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고 있지 않다”고 했다.
재판 내내 혐의 부인…“여사 붙여라” 김건희 호칭 딴지도
재판부의 지적처럼, 윤 전 대통령은 앞선 체포 방해 재판 내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9월26일 첫 공판에 출석한 이후 2~4차 공판을 불출석했다. 그러다 주요 증인이 나온 5차 공판(지난해 10월31일)부터 다시 법정에 출석해 적극적으로 발언하기 시작했다.
이날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을 향해 “여자가 물어보는 걸 갖고”라며 역정을 내며 김건희 여사 호칭을 트집 잡았다. 특검이 김성훈 전 경호처 차장을 증인 신문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김 전 차장과 ‘윤 전 대통령이 영장 집행을 우려한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눈 걸 제시하면서다.
윤 전 대통령은 “제 아내가 궁금하고 걱정돼서 문자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검찰에 26년 있으면서 압색 영장을 수없이 많이 받아봤다”며 “압수수색하고 체포하고 하는데 여기(관저)는 접근이 안 되는 곳이다. 그런데 뭐 아내가, 여자가 물어보는 것 갖고 제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제가 걱정되면, 경호차장은 2년 이상 근무했기 때문에 (평소) 통화 많이 했고 산보 갈 때도 연락해서 오라고 (할 수 있고), 또 제가 관저에 혼자 있으면 점심 먹으라고 오라고도 하는 그런 관계니 바로 전화하는 거고 야단도 칠 수 있는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그리고 아무리 그만두고 나왔다고 해도 김건희가 뭡니까? 뒤에 여사를 붙이든가 해야지”라고 특검에 따졌다.
“국민들 CCTV 보고 ‘제대로 된 국무회의’라고…” 주장도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위법성 여부와 관련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궤변이 이어졌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21일 10차 공판에서 “계엄 선포를 하기 위한 헌법상 요건인 국무회의는 아무 위원들을 되는대로 불러서 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총리, 경제부총리 등 가장 필수적인 8명 필수 멤버는 대통령이 정했고, 통상 배석했던 안보실장 등도 오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무회의 시시티브이(CCTV) 영상이 한덕수 전 총리 재판에서 이미 오픈돼서 국민 대부분이 이걸 봤다”며 “거기서 나오는 여론들이 ‘국무회의 제대로 한 것 아니냐’ 이런 게 나왔다”고 말했다.
‘끼어들기’ 반복되자 재판부 “삼가 달라” 제지
재판에 임하는 태도는 어땠을까. 윤 전 대통령은 특검의 증인 신문에 갑자기 끼어들거나 반복적으로 발언권을 요청해 재판부로부터 여러 번 제지를 받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4일 6차 공판 막바지에 갑자기 발언권을 요청하더니 “저희는 수사권이 있는 데로 이관될 것이라 생각했고, 2차 영장 집행 전까지만 해도 헌재 판단이 우선되는 것 아니냐 (생각해서) 그런 여러가지 종합돼서 이 수사에는 헌재 판단 받아봐야 한단 (생각이) 있어서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단호했다. 재판부는 “말씀하신 공수처 수사권 문제나 체포영장 발부 적법성 문제는 이미 의견서에 밝힌 내용이고 당연히 쟁점으로 재판부가 판단할 사항”이라며 “그런 법률적 부분에서 쌍방에서 증인 신문할 때 증인과 논쟁을 많이 하는 것은 삼가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진 7차 공판(지난해 11월7일)에서도 윤 전 대통령은 특검 쪽 신문에 끼어들어 ‘공수처의 수사는 불법’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자 재판부는 “법률적 평가가 필요한 부분”, “그런 것도 다 법률적 평가 부분이니, 증인에게 물어볼 것은 아니다”, “증인과 법리적 논쟁을 하려 하지 말라”고 재차 경고했다.
최후 진술마저 궤변 “얼마나 대통령 가볍게 생각하면…”
최후 진술도 앞선 재판 발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결심공판에서 “대통령이 계엄을 해제했는데도, (수사기관이) 뭐 내란몰이하면서 대통령 관저에 막 밀고 들어오는 것 보셨지 않냐”며 “얼마나 대통령을 가볍게 생각하면 이렇게 하겠냐”고 말했다.
16일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 쪽 주장을 배척하며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양형이유를 설명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안 보이고 당시 대통령의 범행으로 인해 훼손된 법치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특검의 일방적인 주장을 모두 받아들인 판결”이라고 반발하며 항소하겠다고 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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