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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더 지어야" 美 경고에 대만은 '선긋기' 한국도 '혼란'

아이뉴스24 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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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장 더 지어야" 美 경고에 대만은 '선긋기' 한국도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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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5000억달러 투자로 관세 면제 확보
한국 메모리도 ‘키 맞추기’ 압박 우려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겨냥해 “100% 관세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공개 경고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국과 대만이 반도체 관세 협정을 마무리한 직후 나온 발언이라는 점에서, 관세를 지렛대로 한 대미 투자 압박이 본격화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최란 기자]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사진=최란 기자]



러트닉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 신규 공장 착공식에서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고 싶은 모든 기업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며 “(관세) 100%를 내거나, 미국에서 생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5000억달러’의 실체… 확정 투자 아닌 ‘총합 프레임’



대만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제시한 ‘5000억달러’ 투자 규모는 단일 프로젝트나 일시적 자금 집행을 뜻하지 않는다.

19일 대만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 수치는 △TSMC의 미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 △대만 반도체·전자 기업들의 중장기 대미 투자 계획 △미국 정부의 금융 보증·세제 혜택 등을 합산한 총괄적 투자 프레임을 의미한다.

특히 TSMC의 경우 애리조나주 피닉스 북부에 조성 중인 ‘팹(Fab) 21’ 반도체 클러스터가 핵심이다.


TSMC는 이 부지에 최대 6개 웨이퍼 공장을 단계적으로 구축하는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왔는데, 이는 완공·가동이 확정된 숫자가 아니라 확장 가능성을 포함한 계획치다.

현재 실제로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가시화된 것은 1·2공장이다. 1공장은 4나노급 공정을 중심으로 가동을 준비 중이며, 2공장은 3나노급 공정 도입을 전제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나머지 4개 공장은 수요와 정책, 보조금 여건에 따라 순차 검토되는 옵션에 가깝다.


대만 언론들은 “5000억달러는 관세 면제를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강하다”며 “실제 연도별 투자 집행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 타이페이 북부 신주에 자리한 TSMC 팹(Fa)b6 [사진=TSMC 공식 홈페이지]

대만 타이페이 북부 신주에 자리한 TSMC 팹(Fa)b6 [사진=TSMC 공식 홈페이지]



대만도 “공장 더 지어라” 요구에는 선 긋기



이날 대만 현지 매체 타이완타임스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미·대만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만산 반도체에 대한 관세 인하를 제시하는 대신, TSMC의 미국 내 공장 추가 건설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정부가 TSMC가 계획 단계로 남겨둔 애리조나 3~6공장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TSMC가 애리조나 3~6공장까지 모두 짓는다면, 첨단 반도체 생산 능력의 40% 이상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셈이 된다.


이 같은 내용이 알려지자 대만 정부도 진화에 나섰다. 대만 경제부는 “해외 생산 확대는 글로벌 고객 수요에 따른 기업의 경영 판단”이라며 “TSMC의 첨단 공정과 핵심 연구개발(R&D)은 대만에 유지된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 포커스타이완도 대만 행정원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미국과의 협력은 공급망 다변화 차원”이라며 “대만 반도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사안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대만 내부에서는 최첨단 공정은 대만에 두고, 해외에는 한 세대 뒤 공정만 허용해야 한다는 이른바 ‘N-1 원칙’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만에서 3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면, 해외 공장에서는 4~5나노 제품을 생산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대만 다음은 한국?… 메모리 업계도 촉각



메모리 업계 1·2위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 정부가 대만에 이어 한국에도 ‘키 맞추기’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실제 관세 부과보다는 대미 투자 확대를 압박하기 위한 ‘위협용 카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현재 미국 내 메모리 생산 시설은 마이크론의 일부 소형 팹과 최근 착공한 뉴욕주 메가팹이 전부다. 이 메가팹도 2030년 이전 가동이 목표인 만큼, 단기간 내 공급 구조가 바뀌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반도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에 첨단 메모리 공장을 새로 짓는 선택지는 현실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는 국가 전략 산업 성격이 강해 해외 생산이 쉽지 않고, 범용 메모리 역시 미국의 높은 건설비와 인건비를 고려하면 원가 경쟁력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경기도 용인에 메모리 신규 팹을 포함한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 중이라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역할이 정말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미 (용인에서) 투자의 첫 삽을 떴는데 이제 와서 경영 판단을 바꾸거나 추가 투자를 검토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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