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청구 3년만 무죄 선고
法 "검찰 측 증거 능력 없어···범죄 증명 안 돼"
法 "검찰 측 증거 능력 없어···범죄 증명 안 돼"
박정희 정권 시절 공안 조작으로 간첩 누명을 쓰고 사형이 집행된 고(故) 강을성 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76년 사형이 집행된 지 50년 만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강민호)는 19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사형을 선고받았던 강 씨에 대한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정한 절차에 따르지 않은 증거나 이를 기초로 획득한 이차적 증거 역시 기본적 인권 보장을 위해 마련한 적법 절차에 따르지 않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증거로 제출된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자술서 및 진술서 등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강 씨가 과거 1심 재판에서 공소사실을 일부 인정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점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불법 구금과 위법한 수사를 받아 임의성 없는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된 ‘북한 사회 관련 논문을 읽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논문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단순히 북한에서 발간한 논문을 읽었다는 사정만으로 반국가단체의 활동을 찬양·고무하거나 이에 동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앞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도 무죄를 구형했다. 최지윤 서울동부지검 검사는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피고인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며 마땅히 지켜야 할 절차적 진실이 원심에서 지켜지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더 이상 실체적 진실을 온전히 담아낼 수 없다고 판단해 피고인 강을성에게 무죄를 구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오늘의 무죄 판결이 고인의 영혼을 달래고 유족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조금이나마 씻을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덧붙였다.
‘통일혁명당(통혁당) 재건위 사건’은 박정희 정부 시절 대표적인 공안 사건으로 꼽힌다. 1974년 11월 ‘재일거점 국내침투 간첩단 사건’으로 언론에 보도됐으며, 당시 민간인 수사 권한이 없었던 육군 보안사령부는 ‘북한의 지령을 받아 통혁당을 재건하려 했다’며 강 씨 등 17명을 연행했다. 이후 불법 체포·구금과 가혹행위를 통해 허위 자백을 받아낸 뒤 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군 법원에 기소했다. 군 법원은 17명 전원에게 유죄를 선고했고, 이 가운데 강 씨를 포함한 4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
한편 통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들은 재심을 통해 잇따라 무죄를 확정받았다. 강 씨와 함께 사형을 선고받았다가 1991년 가석방된 고 박기래 씨는 2023년 5월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간첩단 우두머리로 지목돼 사형을 선고받고 16년간 복역했던 고 진두현 씨와 징역 10년형이 확정됐던 고 박석주 씨 역시 지난해 5월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서희 기자 shsh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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