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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모’ 술도 예외 없다…1년 6000종, 국내 모든 술이 거쳐가는 제주도 ‘알콜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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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모’ 술도 예외 없다…1년 6000종, 국내 모든 술이 거쳐가는 제주도 ‘알콜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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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기존·신제품 모두 성분·품질 검사 거쳐야
주류 제조업자 대상 기술 전수·무료 컨설팅
토종 효모 발굴해 특허 등록하고 보급도
박상배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이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국내 생산 신제품 및 유통주류에 대한 규격을 분석 검사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박상배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이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주류면허지원센터에서 국내 생산 신제품 및 유통주류에 대한 규격을 분석 검사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나영 기자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의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는 이름표 없는 술들이 빼곡히 진열돼 있었다. 아직 세상에 나오기 전 품질검사를 기다리는 신제품들이다. 국내에서 만들어진 모든 술은 이곳을 거쳐야 한다. 국세청의 품질검사에서 합격해야만 비로소 이름이 붙여지고 시중에 유통될 수 있다.

주류 제조업자가 관할 세무서에 주류 판매 허가를 신청하면 신제품 표본이 센터로 보내진다. 센터에서 고가의 장비들이 24시간 자동으로 술 성분을 분석한다. 주류에 들어가면 안 되는 성분이 들어갔는지, 특정 성분이 법 기준을 초과하는지 살핀다. 센터 직원도 가끔 직접 평가에 참여한다.

박상배 주류면허지원센터장은 “규격에 어긋나는 술이 나오면 맛을 보기도 한다”며 “삼키기보다는 입안에서 굴려서 평가하고 다시 뱉어낸다”고 말했다.

정원 25명에 불과한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가 1년에 검사하는 술만 6000여 가지에 달한다. 이 중 신제품이 절반, 기존 제품이 절반이다. 신제품뿐 아니라 이미 시중에 유통되는 술들도 성분이 변하지는 않았는지 1년에 한 번씩은 품질 검사를 거쳐야 한다. 넷플릭스 예능 <흑백요리사2>에 출연한 ‘술 빚는 윤주모’처럼 주점에서 직접 술을 빚어 파는 자영업자도 센터의 검증을 거쳐 간다고 한다.

주류면허지원센터, 1909년 만들어져


국세청 산하에 주류면허지원센터가 있는 이유는 국세청이 술 담당 부처이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주류제조업자에게 면허를 발급하고 술에 붙는 세금인 ‘주세’도 매기지만, 주류산업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도 한다. 한국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허가받은 제조업자만 주류를 팔 수 있도록 한 ‘주류면허제’ 또는 국가가 주류 판매를 독점하는 ‘전매제도’를 채택하고 국세청에 주류 관리를 맡기고 있다.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전인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한제국 탁지부 산하에 만들어진 양조시험소가 센터의 전신이다. 박 센터장은 “1900년대 초반에는 주세가 국세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세수 비중이 컸다”고 설명했다. 세원 관리 차원에서 국가가 술의 품질과 생산량에 관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술의 원료인 곡식이 귀했기 때문에 국가가 원료가 상하지 않는 방법을 각 양조장에 전수할 필요가 있었다. 또 양조장들이 세원을 탈루하지 않도록 정확하고 효율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으로 술을 빚도록 국가가 직접 교육했다. 국세청이 주류제조자에게 술 만드는 기술을 전수한 역사도 100년이 넘는다. 1923년 주류면허지원센터의 전신인 양조시험소에서 ‘주조강습회’ 교육을 시작한 게 시초다.

“K술 육성 위해 우수한 양조효모 발굴”


국세청은 현재 주류제조자와 창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주류제조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아카데미에서는 양조 이론과 실무, 주세 행정 전반에 대해 교육한다. 술 빚는 데 관심 있는 국민이면 누구나 무료로 수강할 수 있다. 지금까지 1319명의 교육생이 수료를 마쳤다. 박 센터장은 “요즘은 청년들도 술에 관심이 많아 아카데미에 많이 온다”고 전했다. 실습장으로 가보니 고두밥과 누룩, 물을 담은 투명 용기에서 기포가 올라오며 술이 빚어지고 있었다.

국세청은 영세 주류 제조업자에게는 현장 기술 컨설팅도 무료로 제공한다. 제조 기술이나 주세 행정에 어려움을 겪는 주류 제조장을 직접 찾아가 애로사항을 해결해 준다. 자체 시험 시설이 부족한 영세 제조자들에게는 센터의 첨단 분석 장비를 활용해 제품 분석과 성적서 발급도 지원한다. 분석·감정서는 주요 수출국 언어로 번역해서 발급해 영세 업체들의 해외 시장 진출도 돕고 있다.


토종 효모를 발굴해서 주류제조자들에게 보급하는 것도 센터의 주요 사업이다. 우리 술에 쓰는 효모 상당수를 수입에 의존해서 전통성이 훼손되고 외화 낭비도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국세청은 국산 주류의 고급화를 도모하고 전통성을 살리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6종의 우수 양조효모를 선발해서 특허를 등록했다. 이 효모들은 액상 형태로 상용화해 2023년부터 주류 제조자에게 보급하고 있다. 보관 기간이 짧은 액상효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2024년엔 사용 빈도가 높은 스위트 탁주용 효모를 분말 제품으로 개발했다.

박 센터장은 “K-술 육성을 위해 주류 제조자들에게 기술을 지원하고 수입효모를 대체할 만한 우수한 양조효모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보급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김윤나영 기자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 김윤나영 기자



지난 16일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술 견본품들이 놓여 있다. 김윤나영 기자

지난 16일 국세청 주류면허지원센터에 술 견본품들이 놓여 있다. 김윤나영 기자



☞ 아니 국세청이 왜, 최고 K-술 찾기 대회 주관했지?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50600021


서귀포 |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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