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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냐 현물이냐…복지 지원의 정치·경제학 [스테파니 스탠체바]

헤럴드경제 홍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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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이냐 현물이냐…복지 지원의 정치·경제학 [스테파니 스탠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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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한 상점에서 지난 1월 5일 키오스크 직원이 고객의 돈을 받고 있다.  [dpa]

독일 함부르크에 있는 한 상점에서 지난 1월 5일 키오스크 직원이 고객의 돈을 받고 있다. [dpa]




최근 미국에선 부분적인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으로 인해 수백만 명의 저소득 가구가 식량 지원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혼란은 모든 선진국이 오랫동안 씨름해 온 질문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사회는 가장 가난한 구성원들을 어느 정도까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도와야 하느냐는 문제다.

이 질문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몇 년간 복지 확대, 근로연령층 빈곤,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격화되고 있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40여 년 동안 선진국 전반에서 빈곤 구제에 대한 사고방식은 크게 달라졌다. 전통적인 모델은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역사적으로 빈곤 완화 정책은 배우자를 잃은 여성이나 장애인처럼 노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집단을 대상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새로운 모델이 자리 잡았다. 저임금 노동자, 특히 자녀를 둔 가구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식이다. 목표는 소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일을 장려’하는 데 있었다. 이는 전통적 의미의 ‘복지(welfare)’에서 ‘근로연계 복지(workfare)’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부유한 국가에서 공적 지원은 노동시장 밖에 완전히 머물러 있는 사람들보다, 일하고 있지만 가난한 ‘근로 빈곤층’에게 더 쉽게 흘러간다.

미국은 근로 가구의 소득을 보전해 주는 근로소득세액공제(EITC) 같은 제도로 이러한 전환을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프랑스는 ‘프라임 다크티비테(prime d’activité)’라는 유사한 정책을 도입했고, 영국 역시 근로세액공제 제도를 최근 개편했다. 이러한 변화의 논리는 두 가지 관찰에 기반한다. 첫째, 기존 제도는 때로 사람들의 취업 의지를 약화시켰다. 일을 하면 임금보다 더 큰 혜택을 잃게 되는 구조에서는 실업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합리적인 선택이 되기도 했다. 둘째, 일할 능력이 있음에도 일하지 않는 사람들을 돕는 데 대한 정치적 지지가 약화했다.

2008년 도입돼 여러 차례 확대된 한국의 근로장려금(EITC)은 현재 400만 가구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실업이 아니라 노동을 보상한다’는 동일한 철학을 구현한 제도다.

그러나 한국은 고유한 과제도 안고 있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크게 분절돼 있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사회안전망과 표준적인 고용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게 근로소득을 보전해 주는 제도는 매우 중요하지만, 그 효과는 안정적인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을 때만 온전히 발휘된다.


시민들이 복지 정책을 지지하는지는 단순히 경제적 계산의 문제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효율성에 대한 우려만큼이나 ‘공정성’에 대한 믿음이 중요하다. 재분배에 대한 지지를 좌우하는 핵심 요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기회 평등에 대한 인식이다. 모든 사람이 삶의 출발선에서 대체로 비슷한 기회를 가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재분배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이들은 결과의 차이가 노력과 능력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본다. 반대로, 가정 배경의 자산 격차나 낮은 사회적 이동성으로 인해 경쟁의 장이 기울어져 있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은 더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지지한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출생 환경이 인생의 궤적을 좌우한다는 점을 인정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간 사회적 이동성에 대한 인식 차이는 미국에서 재분배 지지가 상대적으로 낮은 이유를 설명해 준다. 미국인은 유럽인보다 사회 이동성에 대해 더 낙관적인 경향이 있다.

둘째, 수혜자의 ‘정체성’도 중요하다. 복지 혜택이 자신과 다른 국적, 민족, 종교 집단에 주로 돌아간다고 인식될수록 지지는 약해진다. 미국에서는 인종에 대한 태도가 복지 선호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축적돼 있다. 미국과 유럽 모두에서 사회 지출에 대한 반대는 실제 또는 인식된 이민 수준이 높을수록 강해지는 경향이 있다. 요컨대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집단에 재분배하는 것을 덜 공정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셋째, 경제에 대한 사고방식도 선호를 형성한다. 한쪽의 이익이 다른 쪽의 손실로 이어지는 ‘제로섬 경제관’을 가진 사람들은 정부가 개입해 불공정한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재분배를 선호한다. 반면, 부의 창출이 전반적으로 확산한다고 보는 ‘포지티브섬’ 관점을 가진 사람들은 부자가 늘어나면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온다고 믿어 재분배를 제한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철학적 차이가 아니다.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인식은 세율, 재정 지출 우선순위, 정부 규모에 대한 시각 차이로 이어진다. 특히 많은 부유한 국가에서 젊은 세대일수록 고령층보다 제로섬 관점을 가질 가능성이 높고, 그만큼 재분배를 더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지원의 ‘형태’ 역시 공정성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식료품 바우처나 주거 보조금 같은 현물 지원은 현금 이전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는 경향이 있다. 현물은 구체적이고 통제 가능해 보이는 반면, 현금은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식량 지원 프로그램 비판자들이 ‘낭비적이거나 건강에 해로운 소비’를 문제 삼기도 한다.

표준 경제이론에 따르면 현금 이전은 더 유연하고 효율적이며, 수혜자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방식이다. 제한 없이 가장 시급한 필요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저소득층의 소비 결정에 대한 공공의 신뢰는 국가를 막론하고 제한적이며, 이는 현물 중심의 재분배가 더 큰 지지를 받는 이유가 된다.


한국 역시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실험해 왔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현금과 현물 지원을 병행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들은 보육 등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바우처 제도를 확대해 왔다. 청년들에게 무조건 현금을 지급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도입 당시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는 현금 지원이 목표형 혜택보다 덜 통제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복지 제도를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지만, 연구 결과는 그 가치를 일관되게 보여준다. 특히 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할 때, 편익은 비용을 초과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의 연구들은 식량 지원을 받은 아동을 성인기까지 추적했다. 결과는 인상적이다. 건강 상태가 개선됐고, 소득도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청년이 성인이 되는 시점에 지원을 끊으면 범죄율이 증가하며, 결국 형사사법 비용 증가로 인해 복지 지출에서 절감한 것보다 사회 전체의 비용이 더 커진다.

일부 사회 프로그램은 장기적인 소득 증가 효과를 통해 사실상 스스로 비용을 상쇄한다. 여기에 웰빙과 삶의 질 개선처럼 수치화하기 어려운 효과까지 고려하면 그 가치는 더욱 커진다.

복지 지원에 대한 논쟁은 정의, 책임, 사회적 의무라는 근본적 질문을 건드리는 만큼 완전히 해소되기 어렵다. 사람들은 어디에 선을 그을지에 대해 계속 의견이 갈릴 것이다. 재정 압박이 커질수록 관대한 복지에 대한 지지는 더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한국 역시 급속한 인구 고령화로 인한 재정 부담을 관리하면서, 더 포괄적인 복지국가를 유지하거나 구축해야 하는 선진국 공통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럼에도 논쟁은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아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은 이용 가능한 공공 투자 가운데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축에 속한다. 이는 건강을 개선하고, 교육을 강화하며, 가정을 안정시키고, 궁극적으로 사회적 결속을 높인다.

물론 복지 제도는 개선될 수 있고, 또 개선돼야 한다. 더 정교한 대상 선정, 행정 부담 완화, 더 똑똑한 유인 구조는 모두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의 근본적 가치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한국을 포함한 모든 나라에서 질문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것인가’여야 한다.

스테파니 스탠체바는 누구

하버드대 네이선리얼 로프스 정치경제학 석좌교수다. 같은 대학 사회경제학연구소 소장이기도 하다. 조세 정책이 혁신· 교육·부(富)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연구개발(R&D) 정책의 개선 방안, 20세기 동안 소득세와 법인세가 혁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을 살펴봤다. 지난해엔 ‘존 베이츠 클라크 메달’ 수상자로 선정됐다. 40세 미만의 미국 경제학자 가운데 경제 사상·지식발전에 가장 중요한 기여를 한 연구자에게 주는 영예로운 상이다. ‘차세대 최고 석학’으로 공인된 셈이다. 2014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4~2016년에는 하버드대 소사이어티 오브 펠로우스(Society of Fellows)의 주니어 펠로우로 활동했다. 2016년 7월 하버드대 경제학과에 합류했다. 현재 경제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의 공동 편집자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