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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거리서 사라진 시위대… 군인들 돌아다니며 “나오면 쏜다”

조선일보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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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거리서 사라진 시위대… 군인들 돌아다니며 “나오면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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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이란 테헤란 거리 모습. /EPA 연합뉴스

16일 이란 테헤란 거리 모습. /EPA 연합뉴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으로 반정부 시위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8일 한때 뜨거웠던 이란 거리에 현재 군인들만 가득하고 “나오면 쏜다”는 경고 방송이 울려 퍼지고, 테헤란을 포함한 이란 내 주요 도시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테헤란 거리를 가득 메웠던 시위대는 사라진 상태이며, 친정부 바시즈 민병대 대원들만 오토바이를 타고 거리를 순찰 중이라고 한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 단체 ‘이란인권활동가’에 따르면, 지난 12일 이후 이란 각 도시에서 새로 발생한 시위는 단 2건뿐이다. 이 단체는 이번 소요 사태로 최소 3308명이 사망했으며, 2만40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시위대로 가득 찼던 전국 여러 도시 거리는 현재 무장 보안 병력이 장악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테헤란 서쪽의 공업 도시 카라지에서는 경찰이 확성기를 통해 “창문에서 떨어져 있어라”라고 경고하는 방송이 크게 울려 퍼지고 있다고 현지 주민과 통화한 이란 활동가 사하르 아즈담사니가 밝혔다.

이번에 가장 큰 시위가 벌어진 도시 가운데 하나인 마슈하드에서는 경찰 병력이 대거 배치된 모습이 확인됐다. 소셜미디어 검증 업체 스토리풀이 확인한 영상에 따르면, 주요 진입 지점에 장갑차가 세워지고 검은 제복과 헬멧을 착용한 인력들이 투입됐다.

이란 당국은 시민들이 일상에 복귀하는 듯한 모습을 외부에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날 이란 내 학교가 일주일간 휴교한 뒤 다시 문을 여는 장면을 방영하면서, 테헤란 증시가 7만9000포인트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선전에도 불구하고 이란인들은 여전히 인터넷 사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당국의 강경 진압에 노출돼 있다. 이날 이란 사법부 대변인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와 연관된 시위 가담자를 체포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일부 이란인은 이를 ‘비공식적인 계엄’이라고 표현한다. 북테헤란의 부촌 타지리시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지난주 내내 섬뜩할 정도로 조용했다”며 “동네 식료품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닫았고, 식료품점마저도 일찍 문을 닫는다”고 했다.

앞서 이란에서는 고물가 상황에서 화폐 가치가 사상 최저로 폭락하자 지난달 29일부터 분노한 상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고, 대학생들도 동참하며 시위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했다. 그러자 이란 정권은 지난 8일 오후부터 국제전화와 인터넷 연결을 전면 차단하고 시위대를 대거 체포하며 시위대를 강하게 탄압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시위 진압 과정에서 시위대와 보안군 양측에서 총 5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시위대 사망의 책임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돌렸다. 그는 지난 16일 X에 “우리는 이란 국민에게 가해진 사상자, 피해, 그리고 중상모략 때문에 미국 대통령을 유죄로 본다”고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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