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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만들고, AI가 안전관리” AX혁신이 바꾼 생산 공정

헤럴드경제 권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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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만들고, AI가 안전관리” AX혁신이 바꾼 생산 공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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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
자동화로 인당 생산성 4.8대→6.6대
“외주작업 80%까지 내재화 품질향상”
무인 지게차 도입 후 충돌 사고 ‘제로’
AI ‘미리’ 유지보수 다운타임 43%줄여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의 제1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외장재를 만드는 로봇팔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현대엘리베이터 충주 스마트캠퍼스의 제1공장에서 엘리베이터 외장재를 만드는 로봇팔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충북 충주시에 위치한 충주호에 가까워지자 높이 250m의 ‘현대 아산타워’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안개가 많이 낀 날이었지만, 우뚝 솟은 아산타워는 굽이굽이 이어진 산세 속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국내 최대 높이 탓에 현대 아산타워를 발견하고도 차로 20분을 더 달려서야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캠퍼스에 도착했다.

2022년 현대엘리베이터의 ‘충주 시대’를 연 스마트캠퍼스는 생산을 비롯해 연구개발(R&D)과 인공지능 전환(AX)의 주축이 되는 공간이다. 국내 최대 높이의 엘리베이터 테스트타워인 현대 아산타워에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분속 1260m급 엘리베이터가 운영되며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이곳에서 생산, 상품 개발, 승강기 관리 전 과정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하며 기술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재들을 옮기는 무인반송지게차.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자재들을 옮기는 무인반송지게차.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로봇팔·무인지게차 도입에 자동화율 최대 95%

지난달 23일 찾은 충주 스마트캠퍼스의 제1공장에서는 주황색 로봇팔 47대와 무인반송지게차(LGF) 8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게차는 원자재를 창고에서 끊임없이 조달했고, 로봇팔은 곧이어 이를 판금 가공했다. 로봇팔이 공정을 마치자 잠시 충전 중이던 또 다른 지게차가 이동해 자재를 조립 라인으로 옮겼다.

제1공장은 고객들이 매일 탑승하는 엘리베이터의 벽, 문 등 외장재를 생산하는 판금 공장으로 조립동, TM(권상기)동과 함께 충주 스마트캠퍼스 생산라인을 담당한다.

스마트캠퍼스의 전체 자동화율은 78%로, 판금동은 이 가운데 자동화율이 가장 높은 95%에 달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생산 자동화를 통해 인당 생산성을 기존 4.8대에서 6.6대로 끌어올렸다.

로봇팔과 무인지게차는 생산 과정의 병목과정은 줄이고 품질은 높인 것이 특징이다. 로봇팔의 공정이 완성되는 즉시 지게차는 이를 인지하고, 필요한 후공정을 스스로 판단해 이를 옮긴다. 자동화는 품질 검수까지 이어져, 현장 엔지니어는 검수를 통과하지 못한 경우에만 개입하게 된다. 업무 생산성이 올라가면서 운송·포장, 납기일 지연, 품질 및 인력 문제를 일으켰던 외주과정을 내재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스마트캠퍼스를 책임지고 있는 이기복 현대엘리베이터 생산기술팀 기성대우는 “현장 작업자들이 직접 생산하는 일은 거의 없고, 사실상 모두가 관리자의 역할”이라며 “자동화를 통해 외주에 맡겼던 작업들도 80%까지 내재화에 생산 품질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반복되던 지게차 전도 및 협착 사고 역시 크게 줄었다. 무인지게차는 생산라인을 오가던 작업자와 가까워지자 속도를 줄이고, 멀어지자 다시 속도를 높이기를 반복했다. 작업자가 경보를 무시하고 조금 더 가까이 가자 지게차가 이내 멈춰서기도 했다. 이 덕분에 중장비로 복잡한 생산 현장에서도 작업자들은 걱정없이 라인 이곳저곳을 오갈 수 있었다. 현장 관리자는 무인 지게차 도입 이후 접촉 및 충돌 사고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AI로 승강기 안전 관리…로봇 연동해 이동 범위 확장

현대엘리베이터는 승강기 생산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서비스에도 AI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승객의 안전을 지키고, 문제 발생 시 운행 정지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첨단 유지관리서비스 ‘미리(MIRI)’를 개발했다.


‘미리’는 엘리베이터 내부의 CCTV를 AI와 연동해 위급상황 발생 시 현장 대응팀에게 즉시 알리는 서비스다. 카메라 내부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거나, 일정 시간 이상 탑승객의 움직임이 없는 경우 충주 스마트캠퍼스 내 고객센터로 알림이 가고, 고객센터에서는 신고 등의 후속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미리는 지난해 3월 말 기준 5만4200여 대를 돌파했다.

아울러 ‘미리’를 통해 엘리베이터 운행 현황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문제 발생 시 빠른 수리를 지원하고 있다. 기존에는 고장 신고가 들어온 뒤 수리 기사가 직접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파악하고 수리해야 했지만, ‘미리’는 운행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부품에 문제가 생겼는지 함께 전달한다. 이를 통해 수리 기사는 수리 부품을 조달하는 시간을 크게 줄여 다운타임을 최대 43%까지 줄였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로봇과 승강기 연동 기술을 상용화해 승강기 밖에서의 삶도 편리하게 바꾸고 있다. 배송 로봇이 사람과 함께 승강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도록 해 로봇의 이동 범위를 수직으로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승강기 연동 시스템은 AI 기능을 강화해 엘리베이터가 탑승객으로 만원인 경우, 로봇의 탑승과 하차를 방해는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이날 스마트캠퍼스에서 기자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배송로봇 역시 탑승 매너를 지키면서도, 한 치의 오차 없이 기민한 움직임으로 목적지에 도달했다. 3층 사무실에 있던 한 직원이 1층 카페테리아에 음료를 주문하자 로봇은 음료를 싣고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했다. 연동 기술을 통해 호출된 엘리베이터가 도착하자 로봇은 승객들에게 “함께 탈게요”라고 미리 알린 뒤 탑승 후 “양해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말도 잊지 않았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제조, 설치, 서비스 등 업무프로세스 전 분야에 걸쳐 AI,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기술 적용을 통한 업무 개선과 혁신을 전사적으로 전개하고 있다”며 “H-포트, 모듈러 엘리베이터, 자동주차시스템 등 확장된 분야로의 연구개발에도 적극 나서 미래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