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 News1 |
코스피가 4900마저 넘기며 ‘5000피’를 눈앞에 뒀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32% 오른 4904.66에 거래를 마쳤다. 5000포인트까지 100포인트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시장은 다음 동력을 찾고 있다. 정부·여당이 자기주식(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논의를 서두르면서다. 증권가에선 이런 흐름이 주가에 우호적인 수급 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3차 상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다. 박수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대통령께서 코스피 상황과 관련해 더 공정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으로 안다”며 “사법 개혁안 처리도 중요하지만, 상법 개정안을 포함한 민생 법안 처리도 매우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당은 주주총회 시즌 전에 개정안을 통과시켜 제도 도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자사주 ‘1년 내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기업이 취득한 자사주를 일정 기간 안에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를 부과하는 대목이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해 11월 대표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자기주식의 소각 의무’ 조항을 신설해 원칙적으로 자사주는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하도록 했고,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수급 측면에서 시장이 주목하는 대목은 ‘발행 주식 수 감소’다. NH투자증권은 최근 10년간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순이익이 연평균 10.5% 성장했지만, 상장 기업 주식 수가 연평균 약 2% 늘어나면서 주당순이익(EPS) 성장률이 순이익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10년간 유가증권시장은 구조적으로 주식 수 증가가 EPS 성장을 제약해왔다”고 말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코스피 상장 기업 합계 주식 수가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이번 3차 상법 개정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가 도입될 경우 코스피 상장 기업의 주식 수가 연평균 1%가량 추가로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주가 평가 수준)이 재평가되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주식 수가 줄면 순이익과 순자산을 발행 주식 수로 나눈 EPS와 BPS(주당순자산가치)도 구조적으로 상향될 것”이라며 “코스피의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더 높게 평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3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코스피 전체의 상승 동력이 살아나는 동시에, 개별 종목 차원에선 상장 주식 수 대비 자사주 비율이 높은 기업들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따라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증권·지주회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코스피 단기 과열 경계도
증권가에선 미국의 완화적 통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역대 최고 수준으로 불어난 증시 대기 자금도 코스피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보고 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강세장에선 펀더멘털(기초 체력)보다 통화 정책의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기 쉽다”며 “올해 1분기 물가는 미 연방준비제도 위원들의 우려보다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돼 완화 정책 기대감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증시 대기 자금 규모가 상당해 매수 여력도 충분하다고 봤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표적인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5일 기준 92조6030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었다.
다만 ‘쉼 없는 상승’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시의 단기 상승으로 인해 피로도가 증가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며 “연이은 급등 이후에는 단기 과열 해소와 매물 소화 국면으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도 “현재 이 질주를 막을 악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오히려 가장 큰 리스크”라며 “쉼 없이 달려온 만큼 단기 과열에 따른 기술적 조정 가능성을 염두에 둔 속도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안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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