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조선일보 언론사 이미지

백악관 대변인 “대통령 인터뷰,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지 않으면 소송”

조선일보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원문보기

백악관 대변인 “대통령 인터뷰,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지 않으면 소송”

서울맑음 / -3.9 °
언론 편집 방향에 노골적 관여 논란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15일 브리핑을 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CBS 방송과 진행한 인터뷰를 놓고 “편집하지 말고 인터뷰를 완전한 형태로 내보내지 않을 경우 소송을 할 것”이란 말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을 포함한 실력자가 신문이든 방송이든 언론의 편집 방향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미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 요체인데, 트럼프 정부 들어 이를 깔아뭉개는 듯한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 CBS가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과 한 인터뷰의 편집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고, 합의금으로 1600만 달러(약 236억원)를 받아낸 적이 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미시간주(州) 포드 공장을 방문했을 당시 CBS 저녁 뉴스의 진행자로 최근 데뷔한 토니 도쿠필과 약 13분 동안 이란 문제, 경제 이슈 등을 주레로 인터뷰를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인터뷰 녹화가 끝난 뒤 레빗이 도쿠필을 비롯한 CBS 프로듀서들에게 당부를 하는 육성을 입수해 보도했는데, 레빗은 “대통령께서 테이프를 편집하지 말고 인터뷰를 완전한 형태로 방송하라고 당부했다”며 “전체 내용이 방송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쫓아낼 것(sue your ass off)”이라고 했다. 도쿠필은 “그분은 항상 그렇게 말씀하신다”라며 재치 있는 유머로 이를 받았지만, “CBS 관계자들은 레빗의 발언에 놀란 듯했고 레빗은 웃지 않았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CBS는 백악관의 엄포대로 편집되지 않은 인터뷰 전체를 그대로 방송했는데, CBS 측은 “이 인터뷰를 확정하는 순간부터 편집 없이 방송 전체를 내보내기로 독립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언론계에서는 CBS가 트럼프의 압박에 사실상 ‘굴복’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다. 트럼프는 2024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CBS가 해리스와 한 인터뷰가 해리스 쪽에 유리하게 편집됐다며 200억 달러를 물어내라는 소송을 걸었다. 미국 법원이 수정헌법 1조를 근거로 언론 보도의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해 왔기 때문에 소송을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CBS의 모기업 파라마운트가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내는 것으로 종결됐다. 미 당국의 합병 승인 등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 정부 2기와의 갈등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영진 고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NYT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의 ‘명령 불복종’을 이유로 가볍게 소송을 위협하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레빗이 지난 화요일 도쿠필 앵커에서 한 말의 무게는 남다르다”고 했다. 레빗은 “미국 국민은 대통령의 인터뷰를 편집 없이, 잘라내지 않은 완전한 형태로 볼 자격이 있다”고 했는데 이는 앞으로 트럼프와 인터뷰하게 될 다른 방송사에도 주요한 바로미터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 14일에는 연방수사국(FBI)이 군 기밀 유출 혐의 등을 문제 삼아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하면서 언론계에서 “자유 언론에 위협”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사주(社主)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별다른 입장을 내고 있지 않아 WP 기자들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보도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