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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종서 "'프로젝트 Y', 젊음의 패기 담겼으면…아이코닉하게 보이길"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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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종서 "'프로젝트 Y', 젊음의 패기 담겼으면…아이코닉하게 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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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칸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 '버닝'으로 세계 무대에 얼굴을 알린 배우 전종서는 '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을 거치며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강렬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프로젝트 Y'에서 그는 인생의 벼랑 끝에 선 인물을 통해 또 한 번 자신만의 스타일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시나리오에 끌린 건 사실 한 줄의 로그라인이었어요. 소희 저 둘 다 이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가 영화관이 유난히 잘 안 되던 시기였거든요. 그런 상황에서 저희를 믿어주겠다는 분들이 계시다는 게 크게 와닿았어요."

연출을 맡은 이환 감독의 전작들 역시 작품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됐다. '박화영', '어른들은 몰라요'를 통해 쌓아온 감독 특유의 시선과 메시지가 '프로젝트 Y'에도 이어지기를 바랐다는 것이다.

"감독님 작품들을 보면 전하는 메시지가 되게 통일성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 지점이 분명했고요. 그 색깔이 이 영화에도 묻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도경이라는 인물에게도 그 색깔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바랐고요."

도경이라는 캐릭터를 통해서는 보다 거칠고 솔직한 결을 드러내고 싶었다. 상업영화라는 틀 안에서도 젊음의 패기와 날 것 그대로의 에너지를 밀어붙이고 싶었다는 말이다.

"거칠고 솔직한 느낌이요. 젊음의 패기 같은 게 담겼으면 했어요. 상업영화로 넘어오면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되는 지점들이 있잖아요. 그런 부분에서는 제 캐릭터를 통해 좀 더 과감하게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이 영화의 무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느껴졌고요."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관객 반응에 대해서는 영화가 지닌 '이미지의 힘'을 언급했다. 동갑내기 여자 배우 투톱이라는 설정 자체가 주는 시각적 인상과 궁금증이 작품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봤다.


"동갑내기 여자 배우 투톱이라는 점도 크고요. 그냥 화면에 비춰졌을 때 아이코닉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옷이나 패션적인 부분도 그렇고요. 포스터 한 장만 봐도 강렬한 인상을 줬으면 했어요. 두 여자가 나오는데 '이 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라는 궁금증을 주는 데 포커스를 맞췄거든요. 그런 지점에서 관심을 가져주신 것 같아요."

전종서는 미선 역을 맡은 한소희와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두 인물이 지닌 '반전의 결'을 가장 중요하게 설정했다고 말했다.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내면의 성질이 서로 교차하는 지점에서 두 캐릭터가 데칼코마니처럼 맞물리기를 바랐다는 설명이다.

"제 캐릭터는 봤을 때는 되게 터프하고 강인해 보이는데 사실은 유리알처럼 금방 깨질 것 같은 반전을 가진 인물이었으면 했어요. 반대로 소희는 연약하고 섬세해 보이지만 의외로 행동파고 되게 강력하고 묵직한 느낌이 있는 질긴 반전을 가진 캐릭터고요. 닮은 듯 다른데 데칼코마니처럼 하나를 보는 느낌으로 손잡고 끝까지 가보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그 지점에 연기의 초점을 맞췄죠."


극 중 도경의 서사를 더욱 날카롭게 만드는 장면으로는 김신록이 연기한 '가영'과의 복도 신을 꼽았다. 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결코 보호받지 못한 딸이 다시 한번 버림받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컸다고 털어놨다.

"가영은 극 중에서 저의 친엄마로 나오는데, 악연 같은 가족이에요. 엄마를 찾아가지만 사실은 엄마를 살리러 간 딸이 다시 한번 버림받는 순간이거든요. 그때의 감정은 '엄마에게 버림받는 짐승 같은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그 감정은 이후 또 다른 인물에게 분출되며 이어진다. 전종서는 이 지점이 단순한 감정 폭발이 아니라 서사의 연결 고리가 되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그 화풀이를 뒷상황에서 석구에게 하게 되는데 그 장면이 임팩트 있게 남았으면 했어요. 드라마적인 설명이 부족해 보일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계단 신에서 감정을 좀 더 설명해보자고 했고요. 그 장면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서 김신록 선배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눴어요."


한소희와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는 '맞춰간다'는 표현보다 '같이 뛰어드는 현장'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여유가 없는 촬영 환경이 오히려 리듬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연기에 대해서 딥하게 이야기할 시간이 없는 현장이었어요. 시간적으로도 계속 쫓기고, 찍어야 할 장면도 많고, 날씨도 춥고,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거든요. 내용 자체도 쫓고 쫓기는 이야기라서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들어야 했고요. 그런 상황들이 오히려 리듬을 맞춰준 것 같아요."

육체적인 고됨 역시 작품의 일부였다. 그는 배우들이 먼저 장면을 제안하며 몸을 던졌던 순간들을 떠올렸다.

"저희가 자진해서 '여기서는 옷 벗을게요', '이 장면은 이렇게 할게요'라고 먼저 말했어요. 감독님은 '안 된다, 옷 입으셔라'라고 하셨는데 결국 벗고 찍었죠. 하하"

이환 감독과의 작업 방식 역시 인상 깊은 지점이었다. 배우 출신 감독인 만큼 디렉션의 출발점이 달랐다고 했다.

"감독님이 배우 출신이셔서 특이했던 건 배우의 시선에서 디렉팅이 온다는 점이었어요. 직접 연기를 보여주시기도 하고요. 그런 부분에서 이해도가 다르다고 느꼈고 그냥 지시를 받는 게 아니라 같이 영화를 찍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번 작품에서 전종서가 끝까지 붙잡고 간 키워드는 '아이코닉함'이었다. 설명을 덜어내고 이미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완성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이코닉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소희나 저나 의상에 특히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의상팀과 이야기해서 실제로 평소에 입는 옷, 개인 소장 옷들도 입고요. 단벌 신사처럼 영화 전체에서 입는 옷을 최소화했어요."

그는 관객이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몇 장면만으로도 캐릭터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랐다.

"영화를 보고 나오는 분들이 이 캐릭터들의 몇 컷 장면만 딱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단순하게, 심플하게, 미니멀하게 가자고 했죠. 그런 의미에서 캐릭터를 커스터마이징한 느낌이에요."

마지막으로 전종서는 관객의 감정이 끊기지 않도록 하나의 줄기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어떤 캐릭터 한 명에게는 이입해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중간에 끊기면 안 된다고 느꼈고요. 그 줄기를 어떻게 끝까지 가져갈 수 있을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불친절하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관객이 끊긴다고 느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 소희 배우 끝까지 같이 가려고 했어요."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프로젝트 Y' 배우 전종서 [사진=앤드마크]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버닝' 이후 전종서는 짧은 시간 안에 자신만의 결이 분명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그는 자신의 20대를 돌아보며 그 시절의 선택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20대를 돌아보면 거침없이 선택하고 달려왔던 것 같아요. 그때는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되게 명확하게 보였던 것 같기도 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는 몰랐던 것들이 새롭게 보이기도 하고, 달라지는 것들도 있는 것 같아요. 새로운 취향이 생기고 그런 것들이 반영되는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느껴요."

마지막으로 전종서는 영화 팬들에게 관람을 독려하며 조심스럽지만 솔직한 바람을 전했다.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어요. 영화 재밌고요. 극장까지 와주시는 발걸음이 요즘은 정말 귀하잖아요. 새해에 보기에도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아주경제=최송희 기자 alfie3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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