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건정성 좋지만 성장성 의문
낮은 자본효율·그룹 의존 ‘발목’
모빌리티 SW·외부 매출 키워야
낮은 자본효율·그룹 의존 ‘발목’
모빌리티 SW·외부 매출 키워야
[한국금융신문 정채윤 기자]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객관적 평가를 위해서는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한국금융신문은 ‘알트만 Z-스코어’를 통해 기업이 현재 처한 상황과 대응, 재무건전성 등을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그 속에 숨어있는 의미를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 계열사 현대오토에버를 바라보는 시장 평가는 묘하다. 숫자만 보면 남 부러울 것 없는 ‘건강한 회사’지만, 주식시장에서 받는 밸류에이션은 전기차·자율주행 시대 ‘대박 성장주’보다는 전통적 SI(시스템 통합) 회사에 가깝다. 미래 모빌리티 핵심 IT 기업이라는 간판과 실제 가격 책정 사이에 눈에 띄는 간극이 존재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IT 전문 회사라는 현대오토에버를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그룹 내 차량용 소프트웨어, 커넥티드카 플랫폼, 공장·물류·사내 시스템 등을 아우르며, 사실상 그룹 디지털 전환 허브 역할을 맡고 있다. 완성차와 부품, 물류 계열사를 가로지르는 시스템을 통합 구축·운영하는 만큼 그룹 내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다.
특히 전기차·자율주행이 가속화할수록 자동차 안에 들어가는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점에서, 표면적으로는 미래 성장성이 뚜렷한 회사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차량 제어, 인포테인먼트, 지도·내비게이션, 원격 업데이트(OTA) 등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는 영역이 넓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만 놓고 보면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에 준하는 높은 프리미엄도 가능해 보인다.
대박성장주 대신 우량한 IT기업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에서 현대오토에버에 붙는 주가 배수(멀티플)는 글로벌 소프트웨어·플랫폼 기업보다 전통 IT 서비스 회사에 더 가깝다. 투자자들은 성장·수익성 있는 ‘대박 성장주’로 보기보다 우량한 IT 서비스 회사에 가깝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만 놓고 보면 ‘안정성’에서 흠을 찾기 어렵다. 한국금융신문이 인공지능(AI) 데이터 플랫폼 딥서치를 통해 확인한 현대오토에버 알트만 Z-스코어는 ▲2019년 4.07 ▲2020년 5.84 ▲2021년 4.09 ▲2022년 3.36 ▲2023년 4.84 ▲2024년 3.34로 등락을 보였다.
현대오토에버는 6년 내내 Z-스코어 3점 이상을 유지했고, 2020년에는 5점을 넘기며 통상 ‘상당히 안전한 회사’로 분류되는 구간에 올라섰다. 재무건전성만 놓고 보면 리스크와는 거리가 있는 기업이라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안정성 배경이 드러난다. 운전자본과 이익잉여금 비율은 최근 몇 년간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절대 수준은 여전히 높다. 일시적으로 비용이 늘고 투자가 확대됐음에도 누적 이익이 일정 부분 완충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총자산 대비 영업이익 비율도 0.2배 안팎을 유지해 자산 규모에 비해 벌어들이는 이익이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았다.
여기에 그룹 내부 물량과 유지보수성 매출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구조도 안정성을 뒷받침한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계열사 IT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고, 구축 후 운영·관제·유지보수에서 반복적 매출이 나온다. 이 때문에 경기 변동과 프로젝트 수주 상황에 따라 실적이 출렁이더라도 단기 유동성이나 부도 위험이 급격히 치솟을 구조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추세에 주목하면 다른 메시지도 읽힌다. 상장 초기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가 컸던 2020년, 현대오토에버 Z-스코어는 5.84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실제 실적과 성장률이 그 기대를 완전히 따라가지 못하면서 점수는 다시 3~4점대로 내려왔다.
이 정도 숫자로 회사 리스크가 커졌다고 분석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초기 기대가 조정된 결과라는 평가는 설득력을 갖는다. 실제 Z-스코어 하락을 이끈 요인을 재무구조 악화가 아니라 ‘얼마나 비싼 값에 거래되느냐’와 ‘투자 대비 매출 효율’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지표 중 특히 ‘시가총액/총부채’ 비율이 Z-스코어 등락을 좌우했다. 이 지표는 회사가 부채 규모에 비해 얼마나 비싸게 혹은 싸게 평가받는지를 보여준다. 상장 초기 현대오토에버 시가총액은 부채의 3배를 넘을 정도로 시장이 높은 프리미엄을 줬지만, 이후 주가가 조정을 받으면서 1배 안팎으로 떨어졌다. 대박 성장주에 걸었던 가격 프리미엄이 보다 보수적인 수준으로 내려온 것이다.
과도한 그룹 의존도 과제
자본 효율이 기대만큼 개선되지 못한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매출액/총자산’ 지표는 2019년 1.53에서 지난해 1.11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자산 1원으로 내는 매출이 5년 사이 줄었다는 뜻이다.
인력·설비·플랫폼 투자 속도에 비해 매출 성장 속도는 느렸고, 이 과정에서 투자는 많이 했으나 규모의 경제가 아직 충분히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결국 현대오토에버 약점은 숫자상 위험보다 성장 스토리와 수익성 레벨에서 찾게 된다. 현대오토에버는 이름과 사업 내용만 보면 전기차·자율주행 시대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분류되지만, 재무 지표로 보면 여전히 상당 부분 전통 SI·운영 비즈니스에 머물러 있다. 자산과 인력은 빠르게 늘었지만 매출과 이익이 그만큼 따라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는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소프트웨어 간판을 달고 있어도 구독·라이선스·플랫폼 수수료 중심으로 높은 마진과 빠른 성장성을 보여주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과 달리, 현재 현대오토에버 사업은 인력 의존적 프로젝트·운영 매출 비중이 크다. 반복성과 확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업 구조는 자연스럽게 낮은 멀티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 매출 구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수·그룹 물량 의존도도 과제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이 전 세계 고객을 상대로 서비스를 판매해 외형을 키우는 것과 달리, 국내 SI 기업은 그룹 내부 일감 비중이 높고 해외·비계열 고객 비중은 아직 제한적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회사를 우량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세계 시장에서 폭발적 성장성을 보여줄 종목으로 보기 어렵다는 인식이 형성되기 쉽다.
결국 현대오토에버 기업 가치는 재무 안정성이 바닥을 지지해 주는 대신, 사업 모델 전환이 위쪽 여지를 결정하는 구조로 요약된다. 이미 숫자로 ‘망할 걱정은 없다’는 점은 입증했지만, 기업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성장성과 수익성을 보여 줄 새로운 지표가 필요하다.
향후 몇 년간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영역에서 어느 정도 외부 매출과 이익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현대오토에버가 지금의 IT서비스 할인 구간을 벗어나 진정한 재평가 구간에 들어설 수 있을지가 갈릴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관건은 ‘어떤 사업에서 얼마나 질 좋은 매출을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OTA, 모빌리티 서비스 같은 영역에서 외부 고객을 상대로 고마진 소프트웨어 매출을 빠르게 키워낼수록 시장은 현대오토에버를 단순 SI 업체가 아닌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기업에 가까운 회사로 보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윤 한국금융신문 기자 chaeyun@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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