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조 바꾸는 AI로봇] 〈4〉 ‘AI 쇳물’ 끓어오르는 포스코
방열복 입고 ‘감각’으로 하던 작업… AI 장착 센서-카메라-로봇이 대체
작업자는 원격사무실서 감시만
中-日도 사활… ‘AI 철강’ 경쟁 후끈
방열복 입고 ‘감각’으로 하던 작업… AI 장착 센서-카메라-로봇이 대체
작업자는 원격사무실서 감시만
中-日도 사활… ‘AI 철강’ 경쟁 후끈
포스코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 쇳물 예비처리 공정에서 로봇팔이 끓는 쇳물 속 불순물(슬래그)을 걷어내고 있다. 이 로봇팔은 인공지능(AI)이 특수 카메라로 쇳물의 밝기와 질감을 분석해 불순물만 정밀하게 골라낸다. 포스코제공 |
7일 오후 경북 포항 포스코 포항제철소 2제강공장. 영하의 바깥 날씨가 무색할 만큼 내부는 후끈했다. 천장 크레인이 300t 규모 쇳물통 ‘래들(Ladle·이송 용기)’을 옮길 때마다 굉음과 함께 위압감이 전해졌다. 그 사이로 아파트 3층 높이의 ‘전로(轉爐)’ 3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전로는 쇳물에 산소를 불어넣어 강철을 만드는 제철소의 심장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곳은 1600도가 넘는 쇳물 앞에서 사투를 벌이던 ‘극한의 현장’이었다. 작업자들은 방열복을 입고 맨눈으로 쇳물을 살피며 수동 레버로 전로를 기울여 쇳물을 쏟아냈다. 타이밍을 놓치면 쇳물이 버려지거나 불순물(슬래그)이 섞이기 일쑤였다. 베테랑의 ‘감각’에 의존해야 했던 위험천만한 순간이다.
하지만 이날 1전로 앞 풍경은 딴판이었다. 사람 대신 카메라 센서만 자리를 지켰고, 작업자들은 수십 m 떨어진 ‘통합 운전실’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었다.
모니터엔 인공지능(AI)이 분석한 내부 온도와 성분, 원료량이 실시간 그래프로 춤췄다. 수백 가지 변수를 AI가 통제하고 작업자는 이를 승인할 뿐이다. 출강이 시작되자 AI는 특수 카메라로 쇳물의 파장을 분석했다. 붉은 쇳물에서 불순물이 섞여 나오려는 찰나, AI가 전로를 세워 출강을 멈췄다. 완벽한 ‘AI 자율 운전’이었다.
노희운 포스코 제강부 기술개발섹션 과장은 “과거엔 사람이 레버를 잡고 열기와 씨름했다면, 이제는 AI가 운전하고 사람은 감시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며 “(1전로의 경우) 원료 투입부터 취련(제련), 출강까지 모든 과정을 AI가 제어한다”고 설명했다.
● ‘스마트’를 넘어 ‘인텔리전트’로… 제철소의 진화
쇳물을 강철로 만드는 과정에서 제강은 성분을 맞추는 가장 까다로운 공정으로 꼽힌다. 포스코는 여기에 세계 최초로 ‘인텔리전트 팩토리’ 개념을 도입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제어해 똑똑한 제강을 수행하는 것이다.
현재 포항제철소는 2, 3제강공장의 ‘용선 예비처리(KR)’, ‘전로’, ‘2차 정련(RH)’ 등 3대 핵심 구간에 AI 자율 운전 시스템을 구축했다.
공정의 시작인 용선 예비처리 단계부터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엔 작업자가 끓는 쇳물 위 찌꺼기(슬래그)를 걷어내기 위해 쇳물 인근에서 로봇팔 조작계를 잡고 직접 움직여야 했다. 국물 요리의 기름을 걷어내듯 섬세한 손기술이 필수였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비전 AI가 3제강공장에 도입되면서 로봇이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 슬래그를 걷어낸다. 고온용 특수 카메라로 촬영하면 AI가 밝기와 질감을 분석해 쇳물과 슬래그를 칼같이 구별해 낸다. AI는 1000여 가지 변수를 계산해 품질 편차를 없앴고, 수율을 1∼2%P 높여 연간 수십만 t의 증산 효과를 거뒀다.
제강의 핵심인 ‘전로’ 공정은 복잡한 변수와의 싸움이다. 고철 종류나 쇳물 온도에 따라 산소와 부원료 투입량이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터치 조업’을 구현했다. AI가 열역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최적의 배합비를 한 번에 자동 계산한다.
2차 정련 공정에서도 AI의 활약은 빛난다. 빨대(침적관)로 쇳물을 빨아올려 순환시키는 이 공정은 진공 상태에 따라 쇳물 높이가 수시로 변하는 게 난제였다. 과거엔 눈대중으로 쇳물 통(래들)의 높낮이를 조절했지만, 이젠 AI가 수위를 정밀 계산해 래들을 미세하게 움직이며 최적의 정련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작업자 간 편차를 없애고 품질 균일성을 확보했다.
● 한중일, 총성 없는 ‘AI 쇳물’ 전쟁
철강업계의 AI 도입은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다. 원가 상승, 저성장, 탄소중립의 ‘삼중고’ 속에 중국과 일본의 추격이 매섭기 때문이다. 중국 바오우강철은 2026년까지 AI 로봇 1만 대를 도입해 ‘사람 없는 제철소’를 구축 중이며, 일본제철은 5년간 1000억 엔(약 9335억 원)을 투입해 은퇴하는 숙련공의 노하우를 AI에 이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선도 철강사의 70% 이상이 디지털 솔루션에 투자할 만큼 경쟁은 치열하다.
포스코는 개별 공정 혁신을 넘어 각각을 하나로 묶는 ‘초연결’에 승부수를 띄웠다. 핵심은 자체 개발한 통합 물류 관제 시스템 ‘PTX’다. 쇳물은 이동 중에도 계속 식기 때문에 시간 단축이 곧 원가 경쟁력이다. PTX는 고속열차 관제처럼 전 공정을 예측해 경로를 최적화함으로써, 공정 간 대기 시간을 ‘0’에 가깝게 줄였다. 맥킨지는 이러한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을 최대 15% 높일 것으로 분석했다.
포스코는 이번 기술로 제조업 미래를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현재 포항 2, 3제강공장 일부에 적용된 AI 시스템을 2027년까지 포항제철소 전 제강공장으로 확대한다. 원가 절감 등 기대효과는 연간 390여억 원에 달한다.
김용태 포스코 제강부 제강기술섹션 리더는 “AI 도입으로 저가 원료를 써도 고품질 생산이 가능해졌고 불량률은 70% 가까이 줄었다”며 “고위험 작업을 무인화해 사고를 원천 차단한 ‘인간 중심의 혁신’이자 향후 수소 환원 제철 등 미래 공정의 제어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항=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