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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900마리에 점령당한 안마도… 포획 개시

동아일보 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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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900마리에 점령당한 안마도… 포획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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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전 10마리서 개체수 증가

농경지-산림 훼손… 엽사 투입
전남 영광군 안마도는 사슴 900여 마리가 서식하면서 나무껍질까지 먹어버려 산림이 황폐해지고 있다. 영광군 제공

전남 영광군 안마도는 사슴 900여 마리가 서식하면서 나무껍질까지 먹어버려 산림이 황폐해지고 있다. 영광군 제공

“골머리를 앓고 있는 사슴 문제가 제발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전남 영광군 낙월면 안마도는 지역에서 가장 큰 섬(6.1k㎡)이다. 여의도 면적의 약 2배에 달하는 규모지만 올해 농사를 짓는 사람이 단 2명에 불과하다. 안마도에는 현재 70여 가구 100여명이 살고 있다. 강성필 이장(68)은 18일 “지난해 2600㎡ 논에 벼농사를 지었지만 사슴이 다 뜯어먹어 올해 농사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사슴들이 2m 높이 그물망이 느슨하게 쳐진 다른 주민 논에 들어가 추수를 앞둔 벼를 모두 먹어버리는 등 농작물 피해가 여전하지만 주민들은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강 이장은 “사슴들이 집 마당에 심어 놓은 채소들까지 먹어버리는 상황에서 각종 농사를 짓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하소연했다.

안마도는 1985년경 주민 3명이 녹용 채취 목적으로 사슴 10여 마리를 사육하던 것이 1990년대 야산에 버려져 개체수가 늘어났다. 꽃사슴과 엘크 혼합 종으로 덩치가 큰 사슴 900여 마리가 산과 농경지를 파헤쳐 산림이 훼손되고 농사도 짓지 못하고 있다.

안마도 주민들은 꽃게잡이가 주업이지만 산에서 꾸지뽕, 돌귤을 채취하고 지네를 잡아 한약재로 팔았다. 사슴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꾸지뽕, 돌귤 껍질까지 먹어 치워 산림이 고사하고 산에 풀이 없어 절개지 붕괴 위험 등도 커졌다. 주민 김모 씨(65)는 “사슴 때문에 사람이 살기 힘든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영광군과 주민들은 그동안 안마도 사슴을 마취총으로 포획하는 것을 시도하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을 했지만 개체수 조절에 실패했다. 주민들이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집단 민원을 내 지난해 말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영광군은 21일 엽사 8∼10명을 투입해 야생유해동물로 지정된 안마도 사슴을 처음으로 포획한다고 밝혔다. 엽사들은 안마도에서 2박 3일 머물면서 사냥할 예정이다. 주민들은 엽사들 투입으로 사슴 문제가 해결될지 주목하고 있다. 영광군 관계자는 “주민들이 사슴 개체수 조절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실패하고 야생유해동물 지정을 신청했다”며 “엽사 투입으로 사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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