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공식 행사 장면.[제공=원주시] |
[기자수첩]지난 15일 오후 2시, 강원 원주시는 1조 4000억원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AI데이터 센터'건립 착공 소식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의료, 헬스케어 시티의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대한민국의 AI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그 화려한 청사진 뒤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웃픈'현실이 숨어 있었다.
대규모 투자와 첨단 기술의 상징인 AI데이터센터의 착공식. 통상적으로 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이 행사는 현장에서 진행되며, 앞으로 건설될 건물의 위용과 비전을 현실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원주시는 AI 데이터센터 착공식을 현장이 아닌 시내 호텔에서 진행했다. 그 이유인즉슨, 착공부지 진입로가 여러대의 차량 통행이 불가할 정도로 협소하고 비포장으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것이 어려웠고, 그날 날씨 또한 몹시 추웠다는 사정까지 더해졌다는 후문이다.
원래 착공식은 현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원칙처럼 알고 있는 기본 상식이다. 그렇다고 사전에 원주시에서 이러한 사정을 언론에 알려주지 않았고 기사를 접한 시민들과 당일 행사에 참석한 일부 관계자들 조차 행사의 진행에 의아해 했다.
1조 4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국가적 규모의 프로젝트에서 첫 삽을 뜨는 착공 현장의 진입로조차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뼈아픈 현실을 말해준다. 게다가 차가운 바람을 피해 따뜻한 실내에서 착공식을 강행한 것은, 마치 최고급 요트를 건조하면서 출항 전 계류장의 낡은 밧줄과 궂은 날씨마저 마다한 격이랄까.
'하이퍼스케일'이라는 거대한 스케일의 AI 인프라를 꿈꾸면서 기본적인 물리적 인프라는 물론, 자연의 작은 역경조차 회피하려 했다는 아이러니는 우리사호가 지향하는 '혁신'과 '현실'간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사례는 보여주기식 행정과 실질적인 인프라구축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아무리 미래지향적인 비전과 거액의 투자를 자랑해도 발밑의 '흙길'하나 해결하지 못하고 혹한의 날씨도 감수하지 못한다면 그 빛은 곧 바래기 마련이다.
진정한 K-혁신은 화려한 뜯어내는 데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인 토대를 튼튼히 다지고 어떠한 역경에도 굴하지 않는 겸손함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 '웃픈' 착공식은 우리에게 중요한 숙제를 남겼다./k10@sedaily.com
강원순 기자 k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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