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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이 자폐아 원인” 트럼프 경고에 과학자들 조사해보니…“연관성 없었다”

조선일보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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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이 자폐아 원인” 트럼프 경고에 과학자들 조사해보니…“연관성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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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편적인 진통제로 많이 쓰는 알약인 타이레놀.  /AP 연합뉴스

가장 보편적인 진통제로 많이 쓰는 알약인 타이레놀. /AP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임신 중 타이레놀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은 자폐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연구 결과가 새롭게 발표됐다.

16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영국 런던대 세인트조지 병원 산부인과 아스마 칼릴 교수팀은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아이의 신경 발달 장애 위험 연관성을 분석한 기존 연구 43편을 종합 검토(메타 분석)한 결과를 국제 의학 학술지 란셋(The Lancet)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것과 아이의 자폐증이나 기타 신경 발달 장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상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자폐나 신경 발달 장애에는 유전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의학계는 아세트아미노펜과 태아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할 경우, 약물 성분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구에는 제약이 많았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RCT)’이 윤리적으로 쉽지 않은 데다, 타이레놀이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한 일반의약품인 탓에 정확한 복용량과 시기를 추적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일부 연구는 아세트아미노펜 사용과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하버드대와 마운트시나이 의대가 발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칼릴 교수팀은 그러나 이 같은 기존 연구들에 통계적 허점이 있다고 봤다. “많은 기존 연구들이 이른바 ‘혼란변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가령, 임신부가 아세트아미노펜을 복용하는 이유는 보통 열이 심하거나 염증이 생겼을 때다. 아세트아미노펜 복용 자체보다 이 같은 건강 문제가 태아의 신경 발달 장애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칼릴 교수팀은 이에 따라 이처럼 혼란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연구들을 제외했더니, 대부분 경우 태아의 자폐증 위험이나 신경 발달 장애 위험엔 아세트아미노펜 복용보다 유전적 요인이 더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가령 2024년 스웨덴 연구팀이 250만명가량의 아동을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처음 분석에선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을 사용했던 여성이 낳은 아이에게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나타날 가능성이 소폭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연구팀이 추가로 같은 가정의 형제자매와 비교 분석했을 땐 결과가 달랐다. 형제자매 중 한 명이 태아일 때 아세트아미노펜에 노출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비교했을 땐, 약물과의 연관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아세트아미노펜 사용보단 유전적 영향이 더 컸다는 얘기다.


칼릴 교수팀은 이에 “아세트아미노펜은 의사들이 임신부에게 통증이나 발열이 있을 때 1차로 권고하는 약”이라면서 “임상적으로 자폐증·ADHD와 아세트아미노펜의 연관성을 찾기는 어려웠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2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아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미국산부인과학회(ACOG)를 포함한 의학 단체들은 이에 곧바로 반박 성명을 내고 “임신 중 열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오히려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송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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