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에서 결승전에 오른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흑백요리사 2>)가 지난 13일 뜻밖의 여운을 남기며 종영했다. 우승자 최강록 셰프(48)의 겸손한 수상 소감이 특히 화제다. 시즌1 3라운드 팀전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그는 재도전자로서 참가한 셰프 100인 중 최후의 1인이 됐다. 소년만화 같은 결말을 만들어낸 그는 기쁨에 도취하지 않은 채 차분히 말했다.
“저는 특출난 음식을 하는 사람도 아니고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요리사분들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더 열심히 음식에 대해 소중히 여기면서 살겠습니다.”
전편의 기록적인 흥행에 힘입어 참가자의 면면이 화려했던 <흑백요리사 2>는 ‘그들만의 리그’처럼 보이기도 했다. 언더독(도전자)이라고 볼 만한 사람이 적었던 이번 시즌에서 고수들끼리의 경쟁은 우아한 대신 일반 시청자와의 접점이 (임성근 셰프의 옆집 아저씨스러운 매력을 제외하고는) 적어 보였다. 하지만 최 셰프의 마지막 소감은 요리사이자 자영업자인 셰프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했다. 가게에서 손님을 기다렸을 시간, 정성 들였을 매 접시가 녹아 있는 듯한 수상 소감이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 우승자 최강록 셰프. 넷플릭스 제공 |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셰프는 모두가 출연을 원하는 프로그램에 재도전하면서 “나오고 싶어하는 모든 분을 대신해 남아 있다는 마음이 들더라”고 요식업계 종사자들을 비춘 수상소감의 이유를 밝혔다. “제가 또 들어간 그 한자리를 값지게 메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열심히 했던 것 같고 남을 더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요리괴물’ 이하성 셰프(38)와 1:1 대결한 결승전 주제도 시청자의 마음을 울렸다.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 간단해 보이지만, 남을 위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업인 셰프들에게는 생소한 말이었다. 이날 인터뷰에 동석한 김은지 PD는 “모든 요리사가 손님을 위한 요리를 하지, 본인을 위해선 요리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며 “이 주제라면 누가 결승전에 오더라도 그만의 이야기가 나올 거라 확신했다”고 했다. 실제로 최 셰프는 방송에서 “매일 다그치기만 했다. 저를 위한 요리로 90초도 써본 적이 없다. 라면밖에 끓여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메뉴는 오래 치대야 하는 깨두부를 주재료로 송이버섯, 호박잎에 싼 우니(성게알), 완두콩(스냅피) 등을 넣은 국물요리였다. 바쁜 점심·저녁 장사 사이, 직원들과 주방에서 끼니를 때웠던 ‘직원식’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노동주’로서 도수가 높은 빨간 뚜껑 소주도 곁들여 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시즌2의 최강록 셰프가 ‘오직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요리’를 만드는 결승전 요리를 빨간 뚜껑 소주와 함께 내놓고 있다. 최 셰프는 16일 인터뷰에서 “빨간 뚜껑 소주는 저에게 노동주, 마지막 하루 정리하는 한 잔”이라며 “글라스 한 잔 먹으면 잘 수 있는 술”이라고 했다. |
“직원식을 위한 재료를 따로 주문하는 때도 있지만, 남는 재료로 만들기도 합니다. 내일 쓰지 못하는 것들, 여러 가지 의미에서 버릴 수는 없고 먹어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음식었던 거 같습니다.” ‘셰프’라고 불릴 때는 화려해 보이지만, 하루하루를 버텨야 하는 자영업자의 노고가 담긴 한 접시였던 셈이다. “아, 성게알이 (직원식에) 나오는 날은 땡큐입니다.”
최 셰프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거머쥔 건 <마스터 셰프 코리아 2>(2013)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그런데도 그는 “제가 요리를 잘해서 우승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어느 분이건 우승할 수 있는 저력이 있는 분들이 나왔다고 생각하고, 저도 (경연에) 임했던 것뿐”이라고 했다.
모두가 그의 요리를 궁금해하는 지금, 최 셰프는 현재 운영하는 식당이 없다. 기대감이 너무 클 당분간도 식당을 열 계획이 없다. “노년에 국숫집을 하고 싶은데 우승 상금(3억 원)은 그때 보태서 쓸 생각입니다.”
당장 ‘노 젓지 않는’ 최 셰프와 달리, <흑백요리사>는 시즌3 제작을 확정지었다. 개인전으로 펼쳐진 두 시즌과 달리, 시즌3는 식당 간 대결이다. 동일 업장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요리사들이 4인1조 형태로 지원해야 한다. 김 PD는 “다양한 세대의 요리사를 소개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는 취지에서 기획했다”며 “앞선 시즌과 다른 결의 재미를 담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 ‘흑백2’ 우승자 최강록 “재도전 값지도록…‘완전 연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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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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