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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아열대 작물 재배, 품질관리 기술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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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아열대 작물 재배, 품질관리 기술 개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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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최정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지구 온난화로 최근 한국 농업 현장에서는 아열대 과일과 채소 재배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재배 가능 지대가 북상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에 국한되던 바나나, 망고, 패션프루트, 파파야 같은 아열대 작물이 남해안과 내륙 일부 지역에서도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작물이 새로운 소득 작물로 주목받는 만큼 유통 과정에서의 품질 관리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남해안 한 농가에서는 우수한 품질의 망고를 수확했음에도 유통 중 빠른 후숙과 연화로 납품 직전 상품성이 떨어져 출하가 거부되거나 헐값에 판매해야 하는 상황을 겪은 사례도 있다. 재배 성공이 곧 판로 확보로 이어지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아열대 작물은 앞으로 외국산과의 품질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국내산의 장점은 숙성도가 높은 상태에서 수확해 유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아열대 과일은 대부분 미숙 단계에서 수확돼 국내 도착 뒤 후숙을 거치기 때문에 향과 당도 등에서 국내 완숙과가 우위에 있다.

하지만 이 장점은 품질관리 측면에서 국내 농가가 감당해야 하는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완숙과는 수확 당시 품질이 뛰어나지만 후숙 속도가 매우 빨라 연화, 변색, 향 손실이 쉽게 발생한다. 농가는 출하 직전까지 품질이 유지되는지 예측하기 어렵고, 단기 보관조차 쉽지 않다. 결국 국내산이 가진 장점이 적절한 품질관리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는 가장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게다가 기존 수확 후 관리 기술 대부분은 온대 작물 중심이라는 한계가 있다. 사과는 저온 관리를 통해 최대 10개월까지 품질 유지가 가능하지만, 바나나는 12도 이하에서 조직의 물러짐 같은 ‘저온장해’ 현상이 발생한다.

따라서 아열대 작물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수확 후 관리 기술’ 개발과 현장 보급이 필요하다. 한국식품연구원은 이를 위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숙성도 정량화 기술과 신선도 유지 기간 예측 알고리즘 기술 등을 개발해 왔다. 다양한 파장대 빛을 이용해 화학 구성을 파악할 수 있게 하는 ‘초분광 정보’를 활용해 키위 연부병을 조기 판정하고 증상 정도를 구별하는 기술도 개발돼 있다. 연부병은 수확 시점에는 이상이 없다가 유통 과정에서 과육이 물러지고 부패하는 증상을 보인다. 판매자와 소비자 간 품질 관련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 요소다. 초분광 정보 기술을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


초분광 정보 활용 기술은 저온 저장 이력 및 저온장해 식별에도 활용된다. 바나나, 망고, 패션프루트는 일정 기간 저온에 노출되면 풍미, 맛, 조직감이 급격히 저하되지만 외관상 변화가 거의 없어 소비자가 품질 저하를 인식하기 어렵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과일이 저온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저온장해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유통 시점에서 소비자가 체감할 품질 저하는 어느 정도인지를 사전에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아열대 작물의 종류가 다양하고, 전문 연구기관과 인력이 부족해 기술 개발과 보급 속도가 현장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내산 아열대 작물은 품질 경쟁력을 갖추고도 적절한 품질관리 기술 부족으로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할 위험이 있다.

아열대 작물 재배가 증가하는 현실 속에서 선택해야 할 대응 방법은 명확하다. 저장·유통 품질관리 기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현장에 보급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 지원, 연구기관의 기술 개발, 유통·산지 협력 강화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국내 아열대 작물은 기후위기의 부산물이 아니라 대한민국 농업의 새로운 성장 기회가 될 것이다.


최정희 한국식품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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