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2년 1월 18일
로버트 팰컨 스콧 초상화. (출처: Harrington Mann, 1913, Public domain, via Wikimedia Commons) |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1912년 1월 18일, 영국 해군 대령 로버트 팰컨 스콧이 이끄는 탐험대가 마침내 지구의 최남단 남극점에 발을 들였다. 이 여정은 인류의 끈기와 집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나, 정작 주인공인 스콧에게는 생애 가장 뼈아픈 좌절의 순간이었다.
스콧 일행은 1911년 11월 1일 테라 노바 기지를 떠나 약 800마일에 달하는 혹독한 행군을 시작했다. 영하 40도를 밑도는 살인적인 추위와 거센 눈보라, 그리고 끝을 알 수 없는 크레바스의 위협 속에서도 그들은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특히 윌슨, 바우어스, 오츠, 에반스로 구성된 스콧의 최종 팀은 인력으로 썰매를 끌며 빙하를 오르는 초인적인 인내심을 발휘했다.
그러나 1월 17일 오후, 남극점을 불과 수 킬로미터 앞둔 지점에서 스콧은 검은색 깃발을 발견했다. 그것은 노르웨이의 탐험가 로알 아문센이 한 달 전인 12월 14일에 이미 이곳을 다녀갔음을 알리는 표식이었다. 1월 18일, 공식적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스콧은 일기장에 "이곳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가. 우리가 그토록 고생하며 달려온 대가가 고작 타국의 깃발이란 말인가"라며 참담한 심경을 기록했다.
남극점 최초 도달의 영광을 놓친 스콧 일행에게 귀환 길은 더욱 가혹했다. 식량과 연료는 바닥났고, 대원들은 심각한 동상과 괴혈병에 시달렸다. 결국 2월 중순 에반스가 사망하고, 3월에는 오츠가 스스로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남은 세 사람 역시 3월 말, 보급 기지를 고작 18km 앞두고 텐트 안에서 굶주림과 추위에 끝내 숨을 거뒀다. 이들의 시신과 일기는 8개월 뒤 수색대에 의해 발견됐다.
비록 스콧은 아문센과의 속도 경쟁에서 패배했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기를 쓰며 탐험의 가치를 증명하려 노력했다. "우리는 운이 나빴지만, 후회는 없다"는 그의 마지막 문장은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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