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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물건도 없는데 직원까지 떠나나··· 벼랑 끝 홈플러스

서울경제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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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물건도 없는데 직원까지 떠나나··· 벼랑 끝 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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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같아요. 평일 오전인 데도 사람이 너무 없네요."

이달 16일 서울 송파구의 홈플러스 잠실점. 매장에는 장 보러 온 손님들보다 상품을 진열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 진열대에는 자체 브랜드(PB)인 '심플러스'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커피 코너에는 다른 매대의 다섯 줄 전체가 모두 심플러스 제품으로만 채워져 있다. 과자 코너에는 앞줄만 채워져 있고 매대 뒷편에는 비어 있기도 했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에 납품업체들의 납품이 줄거나 중단됐기 때문이다.

매장 내 팔 물건이 급감하는 등 기업회생절차가 장기화되면서 홈플러스의 자금난이 심각해지고 있다. 실제로 홈플러스는 최근 내부 공지를 통해 회사의 재무적 어려움으로 직원의 1월 월급 지급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홈플러스는 지난해 12월 월급도 두 번에 나눠 분할 지급했다. 직원들 사이에서는 분할 지급에 이어 이번에는 아예 무기한 지급이 밀리게 되자 설 명절 상여 역시 제때 받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전기요금,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공과금도 수개월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회생기업 운영자금 대출(DIP)을 통한 자금 지원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MBK파트너스와 메리츠가 각각 1000억 원씩 부담하고 국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1000억 원을 대출해주는 방식이다. MBK파트너스는 선제적으로 1000억 원을 우선 부담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홈플러스는 이 같은 내용의 DIP 투입과 기업형 슈퍼마켓(SSM), 적자 점포 매각 등을 중심으로 한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다.

이미 점포들을 속속 영업중단하기로 하는 결정들은 쏟아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최근 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 등 7개 점포의 영업을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지난해 12월 28일에는 가양(서울)·장림(부산)·일산(고양)·원천(수원)·북구(울산) 5곳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어 이달 31일로 시흥(서울)·계산(인천)·고잔(안산)·신방(천안)·동촌(대구) 등 5곳 매장을 추가로 닫을 예정이다.



이로 인해 노사간 갈등은 커지는 모양새다. 노조는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가 기업회생보다 청산에 주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마트노조는 "경영진의 무능으로 초래된 자금난을 왜 노동자가 임금 체불이라는 고통으로 감내해야 하느냐"며 "노동조합은 기업을 살리는 진정한 회생을 위한 구조조정에는 언제든 협력할 준비가 돼 있지만 알짜 자산을 헐값에 팔아치우고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 기획 청산에 동조할 순 없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홈플러스의 회생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 환경도 오프라인 대형마트에 친화적이지 않고 가치가 높은 지역의 점포들은 이미 매각해 홈플러스 인수자를 찾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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