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의 조기 회원국 가입을 위해 '가입 시스템'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기존 회원국과 예비 가입 후보국 사이에 우려와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에 특혜를 주려고 '가입 문턱'을 낮췄다가 튀르키예나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다른 후보국들의 가입 요청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우크라 신속한 가입 위해 '2단계 절차' 추진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가입을 위해 '2단계 가입 절차', 일명 '확대 라이트(enlargement lite)'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탄생한 1993년 이후 첫 대규모 개혁안이다.
우크라이나에 특혜를 주려고 '가입 문턱'을 낮췄다가 튀르키예나 보스니아,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등 다른 후보국들의 가입 요청도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지난 해 2월 브뤼셀 유럽 정상회의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
■ 우크라 신속한 가입 위해 '2단계 절차' 추진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우크라이나의 신속한 가입을 위해 '2단계 가입 절차', 일명 '확대 라이트(enlargement lite)' 시스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가 지금과 같은 형태로 탄생한 1993년 이후 첫 대규모 개혁안이다.
EU는 2차 세계대전 이후 1957년 창설되고 이듬해 공식 출범한 유럽경제공동체(EEC)와 유럽원자력공동체(Euratom)가 1993년 통합되면서 창설됐다.
EU 가입 절차는 대단히 까다롭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EU에 가입하려면 사법·기본권, 농업, 경쟁, 환경, 재정 통제, 에너지 등 35개 챕터를 모두 만족해야 하는데 가입 협상에서부터 각 챕터의 개시와 종결, 최종 조약 체결에 이르기까지 기존 27개 회원국이 매 단계마다 만장일치 승인을 해줘야 한다.
튀르키예의 경우 1987년(EU의 전신인 EEC 때) 가입 신청을 했고 1999년 후보국 지위를 획득했으며 2005년 가입 협상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개시된 챕터는 16개, 잠정 종결된 챕터는 1개에 불과하다. 현재는 여러 문제로 각 단계의 진행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이다.
[자포리자 로이터 =뉴스핌] 장일현 특파원 = 우크라이나군 제44독립포병여단 소속 군인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자포로자 최전선에서 적진을 향해 2S22 보다나 자주포를 발사하고 있다. 2025.08.21. ihjang67@newspim.com |
■ 러 전면 침공이 결정적 계기… 우크라, 나흘 만에 EU 가입 신청
EU의 회원국 가입 절차 변경 추진은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결정적 동인으로 작용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로부터 침략을 받은 지 나흘 만인 지난 2022년 2월 28일 EU에 가입 신청을 했다. EU는 4개월 후인 6월 23일 후보국 지위를 부여했는데 이는 EU 역사상 가장 빠른 결정이었다. 지금은 EU 가입 협상 개시는 승인이 됐지만 아직 35개 챕터 개시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와 협의를 통해 마련한 '우크라이나 평화 방안'에 "오는 2027년까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조항이 포함되면서 논쟁이 폭발하는 양상이 됐다.
EU 관계자들은 우크라이나가 현재의 EU 가입 기준을 충족하려면 최소 10년 이상의 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EU 집행위 측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직면하고 있는 안보 위협의 특수성을 감안해 '확대 라이트' 도입에 속도를 내려는 모습이다.
현재 논의 중인 초안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EU에 가입할 수는 있지만 투표권 등 의사결정 권한은 크게 제한되는 내용이 담겼다. 예를 들어 정상회의나 각료회의에서의 일반적인 투표권은 초기에는 우크라이나에 부여되지 않을 것이라고 뜻이다.
또 가입 이후 각 단계별 이정표를 달성하는 데 따라 EU 단일시장 접근과 농업 보조금, 내부 개발 자금에 점진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했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비상한 시대에는 비상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이 가입 규정은 수십 년 전에 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개혁안은 세대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순간이며 우리는 이에 부응해야 한다"고 했다.
유럽연합(EU) 깃발 [사진=로이터 뉴스핌] |
■ 기존 회원국 우려 "우크라 지원은 찬성, EU 가입은 원칙 따라야"
하지만 기존 회원국 내 반발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지원에는 찬성하지만 EU를 존재하게 하는 기본적 규칙에 허점을 만들거나 2단계 회원국 체제를 만드는 어떤 조치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EU 회원국들이 존재한다고 한다.
이런 변화가 EU의 장기적 안정성을 해치고 회원국 지위의 가치를 떨어뜨리며 다른 후보국들의 불만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 평화안 내용처럼) 고정된 완료 시점을 정해 놓는다면 능력에 기반한 절차를 유지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EU 고위 관리는 "이것을 회원국들의 목구멍에 억지로 밀어 넣으려 한다면 그들은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며 "브뤼셀(EU 집행위)과 회원국들 사이에 심각한 균열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라시아 그룹의 유럽 담당 매니징 디렉터인 무즈타바 라만은 "EU는 바위와 매우 단단한 벽 사이에 끼어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서둘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하면 브뤼셀의 누구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정치적·정책적 위험의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 외교관은 "이것은 푸틴과 트럼프가 놓은 함정이며 우리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다"며 "EU의 결속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둑 터질라… 튀르키예 등도 "우리도 같은 기준" 요구할 듯
가입 문턱이 낮아지면 다른 후보국들에게도 문호를 열게 돼 둑이 터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 EU 관계자는 "확대 절차를 조정하려는 어떤 움직임도 다른 후보국들의 야망을 흔들고, EU가 인접 국가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인지에 대한 더 넓은 질문을 제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몬테네그로와 알바니아가 가입 챕터 진행 상황 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데 이들은 자신들이 덜 매력적인 보상을 제시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다고 취재에 응한 외교관 7명 중 3명이 FT에 말했다.
또한 최근 몇 년간 가입 협상에 진전이 거의 없었던 보스니아나 터키 같은 국가들에도 동일한 기준과 조건이 제공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한다.
노르웨이와 같이 투표권 없이 단일시장에 참여하는 유럽경제지역(EEA) 국가들이나 영국과 같은 비가입 밀접 파트너 국가들에는 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불분명한 상황이다
한 EU 고위 외교관은 "이런 식의 접근은 엄청나게 크고 어려운 질문들을 던진다"며 "예상치 못한 결과가 너무나 많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ihjang67@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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