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승인 직후 다국가 출시 계획 공식화
복용 제한 없는 저분자 경구제·가격 경쟁력 강조
복용 제한 없는 저분자 경구제·가격 경쟁력 강조
일라이 릴리.[사진=AP·연합뉴스] |
[이코노믹데일리] 일라이 릴리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직후 다수 국가에 거의 동시에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며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에 새로운 변곡점을 예고했다.
16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릴리의 연구개발 및 제품 총괄 책임자인 다니엘 스코브론스키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제44회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첫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경구용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 공급은 충분하며 가능한 한 빠르게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달에 149달러, 하루로 환산하면 5달러 수준”이라며 “스타벅스 커피 한 잔 가격으로 치료제를 제공하겠다”고 언급해 가격 경쟁력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포글리프론은 지난해 4분기 FDA에 신약 허가 신청(NDA)을 제출했으며 패스트트랙 심사 바우처(CNPV)를 확보해 승인 절차가 크게 단축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는 통상 10~12개월이 소요되는 신약 심사 기간을 감안하면 릴리는 수개월 내 미국 승인과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고 분석했다.
릴리는 경구용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후발주자이지만 복용 편의성을 핵심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가 공복 복용과 복잡한 복용 규칙을 요구하는 반면 오포글리프론은 음식·물 섭취나 복용 시간에 제한이 없는 저분자 기반 약물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특성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환자 순응도를 높일 수 있는 요소로 보험자와 정책 당국이 치료 지속성과 비용 효과성을 평가할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릴리는 오포글리프론을 주사형 GLP-1 치료제 이후의 ‘유지 치료 옵션’으로도 적극 포지셔닝하고 있다. 이는 비만 치료 패러다임이 단기 체중 감량 중심에서 장기 관리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릴리와 노보 노디스크가 제시한 하루 5달러 수준의 현금 결제 가격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고가 정책으로 인해 보험 적용이 제한적이었으며 다수 국가에서 공공보험 체계 밖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의 경구제가 본격 등장할 경우 비만을 당뇨병이나 고혈압과 유사한 만성질환으로 보고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비만 치료제가 단순한 생활습관 보조제가 아닌 만성질환 관리 영역으로 본격 편입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바이오제약 업계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지는 부분이다. 글로벌 빅파마가 경구용 비만 치료제를 대량 생산·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면서 국내 기업들은 단순 GLP-1 계열 추격을 넘어 차별화된 기전이나 복합 치료 전략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경구 제형, 저분자 기반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또는 비만과 연관된 심혈관·지질대사 질환을 동시에 겨냥한 파이프라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릴리가 직접 소비자 판매 플랫폼인 ‘릴리 다이렉트’를 통해 비보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현재까지 100만명 이상이 해당 플랫폼을 통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약사가 기존 처방·보험 중심 유통 구조를 넘어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모델을 실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향후 국내에서도 디지털 헬스케어, 원격 진료, 의약품 배송 서비스와 결합한 새로운 유통 모델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포글리프론의 등장은 단순히 하나의 신약 출시를 넘어 비만 치료제 시장의 경쟁 구도, 보험·정책 체계, 제약 산업의 유통 구조 전반에 변화를 촉발할 것”이라며 “올해 FDA 승인과 실제 출시가 현실화될 경우 비만 치료는 고가 혁신약 중심의 제한적 시장에서 대중적이고 장기 관리 중심의 시장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서희 기자 ash990@economi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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