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
미국 백악관은 15일(현지시간) 이란 반정부 시위 폭력 진압과 관련해 “어제 예정됐던 800건의 처형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살해가 계속되면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 공격이 임박했음을 시사하며 일촉즉발 위기로 치닫던 상황은 진정 국면에 들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미군 항공모함을 중동으로 이동시키는 등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에서) 어제 예정됐던 800건의 처형이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대통령과 그의 팀은 ‘만약 살해가 계속되면 심각한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전달하며 이란 정권과 소통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선택지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다”며 이란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이 배제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전날 미국이 카타르에 있는 알우데이드 미 공군기지 인력 일부를 철수하고, 이란이 영공을 일시적으로 폐쇄하면서 미국의 이란 공격이 임박했다는 위기감이 퍼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꿔 이란 공격을 보류한 것은 미국의 맹방 이스라엘과 아랍 동맹국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이집트 등이 이란 공격을 극구 만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 벤구리온 국제공항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대화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전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레빗 대변인은 두 정상의 통화 사실을 확인했지만 구체적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NYT는 이스라엘 측이 이란에 대한 장기적인 공습이 이뤄지지 않는 한 이란 정권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CNN은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6월 이란 공습 때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에 대한 군사행동을 요청해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만큼,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공격 만류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게감 있게 다가갔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NYT와 가디언 등 외신은 카타르, 사우디, 오만, 이집트도 트럼프 행정부에 이란 공격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은 미국의 공격이 중동 전역에 걸친 큰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했다. 특히 사우디는 미국의 영공 공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이란 핵시설 폭격 직전, 공격 명령을 거의 확정하고도 공개적으로는 공습 여부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보인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은 중동 지역 군사력을 증강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미 행정부 관계자는 미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과 몇 척의 호위함들이 남중국해에서 중동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항공모함이 중동 지역에 도착하는 데는 일주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전투기와 공중급유기 등 다양한 군용기들이 유럽에서 중동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 이란 테헤란 카흐리자크의 테헤란 법의학센터 바닥에 수십 구의 시신이 놓여있는 모습이 SNS에 공유됐다. AFP연합뉴스 |
한편 30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하며 최악의 사태로 치달았던 이란 정권의 반정부 시위대 유혈 진압은 진정 국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 국방부는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율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했다고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NYT가 전했다. 이는 이란 정권의 폭력 진압으로 시위 규모가 축소된 탓으로 보인다. 가디언도 테헤란 거리에 총성이 잦아들고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란 사법부는 시위대에 대한 사형 선고를 내리지 않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이란 사법부는 전날 예정됐던 시위자 에르판 솔타니(26)에 대한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방송은 사법부를 인용, 솔타니가 “국가 안보에 반하는 집회 및 공모, 체제에 반하는 선전 활동”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러한 범죄에는 사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는 이란 정부의 폭력 진압이 극에 달했던 지난 10일 골람호세인 모세니 에제이 이란 법무장관이 시위 가담자를 사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인 “신의 적”이라고 언급한 데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모세니 에제이 장관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폭동가담자에 대한 기소가 신속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외국 정부기관 및 그 배후 세력과 연계된 인물, 폭동 가담자와 테터리스트를 지휘한 자들을 우선적으로 기소하고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에 기반을 둔 이란인권은 반정부 시위 19일째인 이날까지 최소 3428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인권운동가통신은 이날까지 최소 2677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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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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