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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판 부족한 이유…FC-BGA, '대면적'이 수율 흔든다 [반도체레이다]

디지털데일리 배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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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판 부족한 이유…FC-BGA, '대면적'이 수율 흔든다 [반도체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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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능력 확대에도 '부족'…AI 수요+수율 변수에 공급난 고착



[디지털데일리 배태용기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그래픽처리장치(GPU) 공급이 숨통을 트기 시작했지만 그 아래에서 받쳐주는 기판이 '다음 병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에 쓰이는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는 중장기적으로 타이트한 수급 환경이 더 심화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단순히 투자 속도가 느려서가 아니라 만드는 방식 자체가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1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AI 서버·가속기 증설이 이어지며 고성능 패키징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CPU·GPU 같은 핵심 칩 성능이 올라갈수록 이를 연결하는 기판도 더 많은 신호를 더 안정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전력과 발열 조건까지 까다로워지면서 AI용 FC-BGA는 기존 범용 기판과 결이 다른 '고난도' 영역으로 분류된다.

문제는 수요 증가 속도만큼 실제로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AI용 FC-BGA는 층수가 늘고 크기가 커지면서 공정 난이도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같은 설비를 돌려도 예전만큼 양품이 나오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겉으로는 생산능력(캐파)을 늘려도 실제 출하 가능한 물량, 즉 '유효 캐파'가 기대만큼 커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기판이 커지는 흐름(대면적화)이 수율 부담을 더 키운다. AI용 FC-BGA는 칩 크기 확대로 기판 면적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데 업계에선 최대 150×150㎜까지 커지는 스펙이 거론되고 있다. 기판 사이즈가 커질수록 회로 패턴 정밀도 요구가 높아지고 적층 공정에서 미세한 오차가 누적될 가능성도 커진다. 공정이 복잡해질수록 불량이 많아지기 쉽고 이는 수율 하락으로 직결된다.

투자 기조 변화도 또 다른 요인이다. FC-BGA 업계는 2021~2022년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던 이후 공급 과잉을 경계하는 분위기가 강해졌다. 일부 업체가 AI향 투자를 재개하긴 했지만 중단기적으로 초과수요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많다. 대면적화로 생산 난도가 올라가는 상황에선 예전처럼 '라인을 늘리면 물량이 나온다'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 설비를 추가로 깔아도 수율이 받쳐주지 않으면 시장에 풀리는 실물 공급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원가 변수도 부담이다. 주요 원자재인 T-글라스(초박형 유리섬유 소재) 쇼티지가 길어지며 공급 불확실성이 커졌고 주요 공급사 가격 인상 기조도 강해지는 분위기다. 기판 업체 입장에서는 단순히 원재료가 비싸지는 수준이 아니라 조달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원가 상승 압력이 단순한 비용 전가를 넘어 기판 가격 자체 재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AI용 FC-BGA가 구조적인 초과수요 국면에 들어가면 협상력은 자연스럽게 공급 쪽으로 기울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AI용 FC-BGA 대응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기는 AI 가속기·서버용 FC-BGA 수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공급 확대 기조를 분명히 했다. LG이노텍 역시 FC-BGA를 새 성장축으로 키우기 위해 구미 사업장에서 투자와 양산 확대를 이어가는 중이다. 2025년에는 지방자치단체와 6000억원 규모 투자 협약을 맺고 FC-BGA 양산 라인 확장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행보는 대비된다. 삼성전기는 이미 고부가 FC-BGA를 중심으로 공급 기반을 다져온 주요 업체로 꼽힌다. AI·서버용 수요가 커지며 고다층·고신뢰성 기판 역량이 더 중요해진 만큼 기존 대응력이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LG이노텍은 후발주자지만 기판 영역에서 존재감을 키우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전통적으로 카메라모듈 등 광학솔루션과 전장 부품에서 강점을 보였지만 중장기 성장축을 AI로 옮기는 산업 흐름에서 기판이 빠질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일각에선 후발주자가 뛰어드는 것 자체가 AI용 FC-BGA가 구조적으로 타이트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AI 시장이 단기간 트렌드가 아니라 장기 사이클로 굳어질수록 기판은 '안정적 납품'이 곧 경쟁력이 되는 영역이다.

공급 부족이 '일시적'인지 '구조적'인지에 주목해야 한다. 시장은 AI용 FC-BGA가 단순한 공급 공백을 넘어 구조적 초과수요로 굳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수요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꾸준히 커지는데 공급은 대면적화·고다층화로 생산 난도가 동시에 올라간다. 공급을 늘리는 속도와 품질을 맞추는 속도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질 수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AI 기판 경쟁은 가격이 아니라 언제 얼마나 안정적으로 납품할 수 있느냐가 기준이 될 것"이라며 "결국 물량을 만드는 능력보다 양품을 꾸준히 쌓는 능력이 승부를 가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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