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한국보다 먼저 반도체 관세 면제
삼성·SK하이닉스, 대미투자 확대 부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 불확실 고조
트럼프 반도체 품목관세 한국 조건 촉각
삼성·SK하이닉스, 대미투자 확대 부담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 불확실 고조
트럼프 반도체 품목관세 한국 조건 촉각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 중인 반도체 공장 전경. [삼성전자 제공] |
대만이 대미(對美) 투자를 조건으로 미국 행정부로부터 반도체 품목관세 면제를 약속받으면서 이제 관심은 한국으로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대만에 준하는 수준의 관세 면제를 확답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15일(현지시간) 미국과 대만이 무역협상 타결을 알리며 발표한 반도체 관세 면제 조건에 주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현지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는 대만 기업에게는 해당 시설을 짓는 동안 생산량의 2.5배까지 품목별 관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2.5배를 초과하는 수입분에는 우대율을 적용한다.
미국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완공한 대만 기업은 신규 생산능력의 1.5배까지 품목별 관세를 내지 않고 미국으로 수입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많이 할수록 관세면제의 폭도 커지는 물량 기반의 조건을 제시한 것이다. 이로 인해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기업은 TSMC다. TSMC는 미국 애리조나주에 반도체 공장 6개를 완공했거나 증설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미국 행정부는 관세부과 목적이 외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인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대만의 이번 협상 내용을 그대로 우리나라에 대입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더 큰 폭의 관세면제 혜택을 보기 위해 미국에 더 많은 공장을 짓고 생산량을 늘려야 하는 셈이다.
앞서 한국과 미국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팩트시트는 반도체 관세의 경우 ‘미국과의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보다 많은 국가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여기서 한국보다 반도체 교역량이 많은 국가는 대만을 가리킨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최소한 이번에 미국이 대만과 합의한 수준에 준하는 관세 면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조건’이 어떤 형태로 구체화할지 불확실해 현 단계에서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향후 한미 협상을 통해 결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포고문을 통해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한 반도체 품목별 관세 수준과 면제 여부 등은 향후 주요 반도체 생산국과의 무역 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의 반도체 생산과 반도체 공급망 특정 분야에 투자하는 기업에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통해 우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약속한 반도체 관세우대 혜택을 받아내기 위해선 결국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반도체 기업은 이번 합의에 따라 미국에 2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여기에 대만 정부가 2500억달러의 신용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은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미국에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중 1500억달러는 조선업 전용이다. 나머지 2000억달러도 정부 차원의 투자인 데다 반도체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현재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총 370억달러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 중이다. 올해 하반기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38억7000만달러를 들여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기로 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테슬라와 애플 등 미국 기업들로부터 반도체 물량을 수주했다. 해당 물량은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는 향후 미국에서 반도체 추가 수주가 이어질 경우 현지 투자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 관세 협상을 담당하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도 반도체 기업이 관세우대 혜택을 누리려면 미국이 만족할 내용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러트닉 장관은 이날 CNBC 인터뷰에서 대만과의 반도체 관세 합의를 소개하면서 “우리 상무부가 그들의 (투자) 계획을 승인하면 그들은 그 수량의 2.5배만큼의 반도체를 (무관세로) 들여올 수 있다”고 말해 협상 주도권이 트럼프 행정부에 있음을 강조했다.
러트닉 장관은 대만 TSMC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해 3월 1000억달러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한 것을 거론하며 “난 이제 TSMC가 더 크게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현일·김영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