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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권 4년 지나자 수억원 더 낼 판…전세입자 '초비상'

이데일리 이다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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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권 4년 지나자 수억원 더 낼 판…전세입자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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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려니 수억원 더"…서울 전셋값 오르는데 거래는 ‘멈춤’
신규는 수억원↑, 갱신은 제자리…전세 격차 고착
서초·송파·강동 주도…전셋값 오르는데 거래는 감소
신규 계약 비중 47%로 뚝…이동 대신 갱신 선택
추가 보증금 최대 50%…세입자 이동 막혀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 지난해 12월 19일 서울시 서초구 서초그랑자이 전용면적 84㎡ 전세 신규계약이 16억 5000만원에 체결됐다. 같은 서초그랑자이 ‘국민평형’ 갱신 계약 평균가가 약 14억 1272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2억 3728만원(16.8%) 높은 가격이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12월 24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84㎡ 전세 신규계약이 15억원에 체결됐다. 같은 평형 갱신 계약 평균가가 약 10억 834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4억 9166만원(48.8%)가량 금액이 높았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모습.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서울 주요 단지를 중심으로 전셋값은 오르는데 거래는 줄어드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신규 전세가가 갱신가보다 수억원 높게 형성되는 가격 격차까지 고착화하고 있다.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26년 1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0.14% 상승하며 전 자치구에서 오름세를 보였다. 자치구별로 보면 서초구(0.36%), 강동구(0.22%)가 서울 평균을 크게 웃돌며 상승을 주도하고 있지만 실제 거래 시장은 차갑게 식어가는 분위기다.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건수는 지난해 3월 1만 5300건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반기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11월 기준 전세 계약 건수는 1만 1171건이었으며, 신고기한이 아직 남아 있는 12월 잠정치는 1만 190건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세 거래 중 신규 계약 비중도 지난해 1월 58.1%에서 11월 51.6%로 낮아졌고 12월에는 47.4%까지 내려갔다.


전세 시장에서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 가격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공개된 2025년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체 신규 계약 평균 보증금은 6억 3574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5억 9236만원)보다 4337만원 높았다. 전체 면적과 지역을 기준으로 산출한 평균치로, 고가 단지와 대형 평형에서는 체감 격차가 훨씬 크게 나타났다.

실제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29㎡는 신규·갱신 계약 과정에서 평균 보증금이 2억 8450만원 상승했다. 전용 84.99㎡ 역시 2025년 3월 17억원에서 같은 해 12월 20억원으로 9개월 만에 3억원 올랐다. 송파구 전용 84㎡ 신규 계약 평균 보증금은 11억 4441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9억 7859만원)보다 1억 6582만원 높았고, 강동구 전용 84㎡ 역시 신규 계약 평균 보증금이 6억 9784만원으로 갱신 계약 평균보다 1억 이상 높게 형성됐다.


이 같은 신규·갱신 전세가 격차는 계약갱신청구권 사용이 누적되면서 형성된 구조적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된 이후 전세 계약 갱신 시 보증금 인상폭은 5% 이내로 제한된다. 이로 인해 집값 상승분이 전셋값에 즉각 반영되지 못하고, 갱신이 끝나거나 신규 계약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그동안 누적된 상승분이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신규 전세가가 급등하는 흐름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의원은 “계약갱신과 신규 계약이 이중 가격처럼 형성되는 것은 제도 구조상 불가피한 결과”라며 “계약갱신청구권으로 거주 기간이 4년으로 늘어나며 세입자 보호 효과는 있었지만 누적된 시세 상승분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곽이나 더 저렴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신규 전세 계약 시 기존 보증금보다 최소 15%에서 최대 50%에 달하는 추가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신규 전세가 급등과 매물 감소가 겹치면서 이사 대신 계약 갱신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그 결과 신규 전세 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 압력이 다시 커지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갱신청구권을 이미 사용한 세입자들의 선택지가 제한되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전세 시장의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갱신 계약으로 억제됐던 보증금이 신규 계약에 집중 반영되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세 물량이 충분히 늘지 않는 한 봄 이사철과 하반기 수요가 겹치는 시기에도 전세 시장의 긴장감은 쉽게 완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