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말, 정부가 보수 정당 국민의힘 3선 출신 이혜훈 전 국회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자 정치권과 사회가 크게 술렁였다. 지명권자는 통합과 포용의 실용주의 실천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친일 부역’이라는 극단적 평가로 맞서며 후보자를 즉각 제명했다.
대립하는 진영의 인물을 중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1860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에게 패했음에도, 링컨은 집권 이후 이들을 각각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하며 국민 결속을 도모했다.
진영과 친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이야기는 <한비자>에도 등장한다. 진나라 평공이 집정대부 조무에게 묻는다. “우리 나라의 요충지인 중모의 현령으로 누가 적임이겠소?” 조무는 형백의 아들을 추천한다. 평공이 “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묻자,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끌어들이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또 군주의 보물을 관리할 현령으로는 자신의 아들을 천거했다. 그는 평생 46명의 인재를 추천했지만 사익을 도모하지 않았고, 임종에 이르러서도 자식의 장래를 부탁하지 않았다. 인재를 추천함에 있어 원수도 자식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를 거불피수(擧不避讐), 거불피자(擧不避子)라 한다.
대립하는 진영의 인물을 중용한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인물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1860년 공화당 예비선거에서 윌리엄 시워드, 새먼 체이스, 에드워드 베이츠에게 패했음에도, 링컨은 집권 이후 이들을 각각 국무, 재무, 법무장관에 임명하며 국민 결속을 도모했다.
진영과 친소를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한 이야기는 <한비자>에도 등장한다. 진나라 평공이 집정대부 조무에게 묻는다. “우리 나라의 요충지인 중모의 현령으로 누가 적임이겠소?” 조무는 형백의 아들을 추천한다. 평공이 “그는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라고 묻자, 조무는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끌어들이지 않습니다”라고 답한다. 또 군주의 보물을 관리할 현령으로는 자신의 아들을 천거했다. 그는 평생 46명의 인재를 추천했지만 사익을 도모하지 않았고, 임종에 이르러서도 자식의 장래를 부탁하지 않았다. 인재를 추천함에 있어 원수도 자식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이를 거불피수(擧不避讐), 거불피자(擧不避子)라 한다.
인사 문제에서는 도덕성과 정책 역량이 함께 검증 대상이 된다. 이상적으로는 두 요소를 다 갖추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혜훈 후보자 역시 여러 의혹에 직면했고, 능력과 별개로 제기되는 논란은 지지층마저 당혹스럽게 한다. “일만 잘하면 된다”는 도덕성 경시는 야당이 되었을 때 상대 진영 인사의 흠결을 집요하게 공격하는 이중 잣대로 되돌아온다. 정치의 최전선에서 뇌물과 비리, 갑질과 거짓이 과연 ‘세속의 문법’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나는 지금 함석헌 선생이 번역한 <간디 자서전>을 읽고 있다. ‘나의 진리실험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간디에게 그것은 삶 전체를 통해 진리를 실천하고 검증해 가는 과정이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을 배제하고, ‘아힘사’로 불리는 비폭력의 원칙 아래 경청과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
간디는 욕망을 절제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삶의 태도로 사회운동과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인종차별에 맞서 체포와 폭행을 겪으면서도 상대에 대한 증오를 경계했고, 감옥 안에서도 진리를 지킬 때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고백한다. 분노와 욕망을 버려야 할 곳은 히말라야 깊은 산중이 아니라 캘커타 한복판이라는 그의 말은, <유마경>에서 보살은 중생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극락정토를 구현한다는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간디는 프리토리아에서 ‘사업에서의 진실성’을 주제로 생애 첫 연설을 했다. 그는 진실과 사업이 분리된 영역이라는 통념에 맞섰다. “상인들은 사업은 현실의 문제이고 진실은 종교의 영역이기 때문에 장사에서는 진실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생각에 반대하며 상인들의 도덕적 책임을 호소합니다. 진실은 방해되지 않을 때만 허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현실 속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입니다.” 이 발언은 정치와 진실은 양립할 수 없다는 오늘날의 통념에 반전을 제시한다.
도덕성을 바탕으로 정치 현장에서 인문정신을 실천한 이들이 있다. 마틴 루서 킹 목사, 넬슨 만델라, 레흐 바웬사, 바츨라프 하벨은 모두 권력을 유지하는 기술보다 도덕적 정당성을 정치의 핵심 원리로 삼았다.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쑨원 역시 자기 절제와 인격 수양을 통해 정치에 공동체적 사랑을 구현하고자 했다.
사람들은 도덕 정치나 상생의 정치를 이상론으로 치부하며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완벽하게 성공하는 실험은 없다. 실패를 거듭하면서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 자체가 실험이다. 도덕성과 실무 능력을 함께 갖춘 이들이 적재적소에서 ‘정치의 진리실험’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천할 때, 공동체의 신뢰는 다시 세워질 수 있다.
법인 스님 화순 불암사 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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