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VCM서 지속 가능한 성장 주문
외형 확대 넘어 투자 효율 기준 사업 재편
유통·케미칼 등 계열사 체질개선 본격화
"익숙함과의 결별 없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그룹 경영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앞으로는 매출 규모나 성장 가능성보다 수익성 중심 경영이 최우선이 된다. 성과가 검증되지 않는 사업에 대해서는 과감한 조정이나 철수도 불가피하다.
신 회장은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진행된 '2026년 상반기 VCM(옛 사장단회의)'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의 경영 방침 전환을 선언했다. 그는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외형 확대를 위한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는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성장은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라는 신 회장의 판단이 담긴 메시지다.
이날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신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부사장 겸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를 비롯해 롯데지주 및 주요 계열사 대표 등 80여 명이 참석했다. 롯데미래전략연구소는 국내외 경영 환경 변화와 대응 방향을 공유했고, 노준형·고정욱 롯데지주 대표이사는 그룹 경영 전략과 재무 전략을 발표했다. 인사·조직(HR) 체질 개선 방안 역시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신 회장은 최근 둔화된 그룹의 성장세와 사업 포트폴리오 불균형을 직접 언급하며, 올해 경영 환경 역시 우호적이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어려운 환경을 돌파하고 그룹이 다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업 경쟁력 강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매출 중심의 외형 성장에서 벗어나 ROIC(Return on Invested Capital)를 기준으로 한 경영 체질 전환을 주문했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 아래 투자를 집행하고, 이미 진행 중인 사업이라도 지속적으로 타당성을 점검해 세부 사항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규모나 과거 판단에 얽매이기보다, 현재와 미래의 수익 창출 가능성을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의미다.
조직 운영 방식의 전환도 강조했다. 롯데는 지난해 정기 인사를 통해 9년간 유지해 온 사업총괄(HQ) 체제를 폐지하고 계열사 책임경영을 강화했다. 신 회장은 CEO들에게 중장기 비전과 당면 과제를 동시에 책임지는 역할을 주문하며, 신속하고 능동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실행력을 높여 달라고 당부했다.
업의 본질과 고객 중심 사고에 맞춘 신속한 혁신도 주문했다. 신 회장은 "고객 중심의 작은 혁신들이 모여서 큰 혁신을 만들 수 있다"며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고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책임감을 갖고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신 회장의 메시지는 최근 롯데그룹이 처한 현실과 연결된다. 롯데케미칼은 글로벌 업황 악화로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고, 유통 부문 역시 소비 둔화와 온라인 경쟁 심화 속에서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
계열사별 변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서정호 신임 대표 체제 아래 수익성 중심의 사업 재편과 글로벌 전략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 브랜드 '빼빼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확장 전략과 인도 시장을 전초기지로 삼아 해외 매출 비중을 끌어올리는 구상이 대표적이다.
유통 부문 역시 변화의 시험대에 올랐다.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에서는 상권 경쟁력과 수익성이 검증된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과 투자를 집중하고, 비효율 점포는 구조 조정을 이어가는 전략이 예상된다. 화학 부문에서는 고부가 스페셜티 중심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과 함께, 정부 정책과 글로벌 환경 변화에 맞춘 구조조정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의에 앞서 신동빈 회장과 신유열 부사장, 롯데지주 대표이사단은 신격호 창업주 흉상에 헌화하고 묵념하며 서거 6주기를 기렸다. 롯데월드타워 1층 신격호 창업주 흉상 앞에서 진행된 추모식은 두 차례의 묵념과 헌화로 진행됐다.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냈던 창업주의 도전 정신을 되새기며, 롯데를 다시 세우겠다는 각오를 다졌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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