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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란 사태, 더 큰 ‘희생’ 막기 위해 모두의 지혜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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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란 사태, 더 큰 ‘희생’ 막기 위해 모두의 지혜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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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임시 폐쇄된 이란 테헤란 영국대사관 앞에서 친정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가운데, 이란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14일 임시 폐쇄된 이란 테헤란 영국대사관 앞에서 친정부 활동가들이 이스라엘 국기와 미국 국기를 불태우는 가운데, 이란 경찰이 지켜보고 있다. EPA 연합뉴스


최대 3천명 안팎의 인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란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심각한 경제난에 항의하는 테헤란 상인들의 자연발생적 시위가 반세기 가까이 이란을 통치해온 신정 체제에 대한 거센 저항 흐름으로 이어지며, 지난 2주 동안 심각한 유혈 사태가 이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더 큰 참사를 불러올 수 있는 섣부른 군사 개입을 자제하고, 이란 역시 혼란을 빠르게 수습하고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이란 사태와 관련해 “우리는 (시민들에 대한) 살인이 멈췄다는 정보를 얻었다. 사형 집행 역시 멈췄다”고 말했다. 다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 군사 개입과 관련해선 “앞으로 어떻게 일이 전개되는지를 볼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도 이날 미국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평화로운 시위가 외부적 요소에 오염돼 폭력적으로 변했다면서 “이젠 사태가 진정됐다. 더 이상의 긴장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달 28일 수도 테헤란을 중심으로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상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오면서 시작됐다. 이란에선 장기화된 경제 제재로 인해 지난 1년 동안 물가가 50% 넘게(식료품 물가는 70% 이상) 오르는 등 서민 고통이 누적돼왔다. 이들의 아우성은 1979년 이후 권위주의적 통치를 해온 신정 체제에 불만을 쌓아온 이들에게 쉽게 번졌다. 전국 최대 67개 지역으로 시위가 확산되자, 당황한 이란 정부는 8일 밤부터 인터넷 등을 차단하고 가혹한 진압에 나섰다. 격렬한 유혈 충돌이 발생한 것은 8~11일이었다. 군중 속에서 신정 체제를 허물고 옛 팔레비 왕조를 부활하자는 목소리까지 쏟아지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등이 잔혹한 진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안타깝게도 이번 사태를 단숨에 해결할 묘수를 찾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이란이 고통스러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미국과 다시 핵 협상에 나서 제재를 풀어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어렵게 추진해온 우라늄 농축을 동결·포기하는 ‘전략적 결단’을 해야 한다. 이번 ‘학살’로 정통성의 위기에 맞닥뜨리게 된 신정 체제가 사태 수습을 해낼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극도로 어려운 상황인 만큼 서로 자제하면서, 더 이상의 희생을 막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지혜를 짜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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