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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반베이스 판결이 스타트업에 남긴 교훈

머니투데이 박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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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어반베이스 판결이 스타트업에 남긴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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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내변호사(기업법무팀장)

이현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사내변호사(기업법무팀장)


액셀러레이터(AC)에서 사내변호사로 근무하는 필자의 업무 특성상 다양한 스타트업 투자계약 사례를 경험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주로 창업 3년 미만의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어 많은 창업자와 '첫 투자자'로서 만난다. 창업이라는 쉽지 않은 길에 나선 창업자가 처음 맞이하는 투자자와 투자계약서는 그 자체로 부담스럽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에 필자는 투자계약서의 용어와 구조, 조건의 취지를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 노력한다. 첫 투자자와의 신뢰 형성은 이후 후속투자 과정에서도 중요한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스타트업 대표가 투자계약서를 보다 꼼꼼히 살펴보고 적극적으로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부 투자자가 창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가 알려지면서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자신 역시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을지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선고된 이른바 어반베이스 사건의 항소심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해당 사건은 투자자인 신한캐피탈이 어반베이스 창업자를 상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사안이다. 신한캐피탈은 투자계약서에 포함된 '회사가 회생절차를 밟는 경우 회사 또는 이해관계인이 투자금 및 이자를 지급한다'는 취지의 조항을 근거로, 창업자에게 투자원금 약 5억원과 연복리 15%의 이자를 포함한 금액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투자자의 손을 들어줬는데 이는 특정 조건이 발생할 경우 이해관계인이 직접 책임을 부담하기로 한 계약 당사자 간 합의를 인정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스타트업 투자계약에서 창업자 등 이해관계인의 연대책임을 제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정비해왔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연대책임 조항을 통해 창업자 책임을 묻기보다는 주식매수청구권과 같은 방식으로 계약상 책임을 묻는 구조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창업자들이 특히 유의할 점은 분명하다. 우선 주식매수청구권의 행사 요건에 이해관계인의 귀책사유, 즉 '고의 또는 중과실'이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이런 요건을 두는 계약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예외도 존재한다. 또한 단순히 회생절차가 개시되거나 가압류가 신청됐다는 사정만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될 수 있는지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어반베이스 사건에서도 외부적 사유로 회생절차가 개시된 경우까지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법원은 계약에서 이를 명시적으로 배제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특히 가압류는 채권자가 일방적으로 신청할 수 있는 임시보전절차의 성격이 있으므로 그 사실만으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는 구조는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다.

모험자본 투자라는 특성상 창업자의 귀책 없이 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음에도 투자금과 고율의 이자까지 회수하는 것이 과도하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투자자 역시 계약상 권리를 행사하지 않을 경우 펀드의 유한책임조합원(LP)에 대한 업무집행조합원(GP)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결국 투자자와 창업자 모두를 고려한 균형 있는 계약 구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계약 체결 단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충분한 설명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투자자와 피투자사 사이에 긴밀한 상호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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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기자 pg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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