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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문화유산의 가치와 가격 ?

서울경제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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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 문화유산의 가치와 가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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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공격 유보, 국제유가 5% 급락
■이재용 문화부장
작년 국중박 관람객 650만 역대최다
18년 전 도입된 무료화 정책 도마위
유료화로 전시질·관람환경 개선하고
우리 문화유산 가치와 품격 높여야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이 처음으로 650만 명을 돌파했다. 2024년 관람객 수(379만 명) 대비 72% 늘었고 1945년 개관 이후 역대 최다 수치다. 전 세계 박물관 중에서도 최상위권이다. 2024년 통계를 기준으로 보면 650만 명대 관람객은 프랑스 루브르박물관(874만 명), 바티칸박물관(683만 명)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한다. 한국 문화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뜻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유료화 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는 2008년 당시 2000원이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상설전시관 입장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국민의 문화 향유를 증진한다는 취지였다.

박물관 유료화에 대한 찬반은 팽팽하게 갈린다. 먼저 찬성하는 쪽은 유료화를 통해 관람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현재의 용산으로 옮겨오면서 하루 최대 1만 8000명이 관람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지난해 성수기라 할 7·8월과 12월 하루 평균 관람객은 2만 2000~2만 8000명 수준으로 수용 능력을 훌쩍 넘어섰다. 박물관이 혼잡해지며 주차난이 가중되고 쾌적한 관람이 어려워졌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관람객이 일정 비용을 부담해 문화유산의 보전과 관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반면 반대하는 측은 유료화가 국민의 보편적인 문화 향유권을 제한한다고 우려한다. 입장료가 문화 소외 계층의 박물관 접근을 막는 문턱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입장료를 받는 박물관이 다수다. 루브르박물관은 입장료가 22유로(약 3만 6000원), 바티칸박물관은 20유로(약 3만 3000원)다. 영국박물관은 관람료가 무료이지만 최근 유료화 전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유료화 논의와 함께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뜬 이유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물관 관람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영향이 컸다. ‘케데헌’에 묘사된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특히 ‘호작도’를 모티브로 한 호랑이 캐릭터 ‘더피’가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박물관에 오픈런이 등장한 것도 ‘더피’를 닮은 ‘뮷즈(뮤지엄+굿즈)’인 까치호랑이 배지를 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케데헌’에 힘입은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가 지속될지는 의문이다. 박물관의 자체 경쟁력보다 ‘케데헌’이라는 외부 변수에 따른 열풍이기 때문이다. 결국 국립중앙박물관이 글로벌 톱 박물관의 명성을 이어가려면 전시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박물관의 유물 구입비는 연간 약 4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크게 높아진 고미술 가격을 고려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유료화를 통해 유물 구입비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립박물관의 모든 수익이 국고에 귀속되는 재정 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

유료화는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짜’보다는 일정한 돈을 내고 관람할 때 관람객들이 우리 문화유산을 더 소중하게 느낄 수 있어서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자신이 돈을 내고 소유한 물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 것을 ‘소유 효과’라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 박물관 유료화 논의와 관련해 “무료로 하면 격이 떨어져 싸게 느껴지기 때문에 귀하게 느낄 필요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유료화를 다시 도입할 경우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문화유산은 공공재의 성격도 지니는 만큼 문화 소외 계층의 이용이 제한되지 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어려서부터 문화유산을 일상에서 접할 수 있도록 청년층에 대한 무료 관람 혜택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가격은 수요와 공급 외에도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 재화의 가치가 가격으로 환산되고, 매겨진 가격이 다시 가치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유료화를 통해 우리 문화유산과 대표 박물관의 품격과 위상을 높이는 것을 고민할 때다.

이재용 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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