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반도체 첫 관세]
K반도체 당장 관세 타격 없지만
25% 일괄부과땐 年 수조원 부담
팩트시트에 '美서 제조 유도' 명시
HBM 추가 생산시설 요구할 수도
韓공급 GPU 26만장도 유탄 우려
K반도체 당장 관세 타격 없지만
25% 일괄부과땐 年 수조원 부담
팩트시트에 '美서 제조 유도' 명시
HBM 추가 생산시설 요구할 수도
韓공급 GPU 26만장도 유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간) 수출용 인공지능(AI) 가속기에 관세를 부과하는 포고령에 서명하자 세계 1·2위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는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에는 모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가 탑재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제품의 수출입은 엔비디아와 AMD가 맡고 있어 삼성과 SK가 당장 관세를 부담해야 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예고해온 반도체 관세에 포문을 열었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해 1월 트럼프 정부는 2기를 시작하자마자 상호관세 부과에 이어 자동차 등 특정 수입품에 관세를 물리는 품목관세를 줄줄이 매기고 있다.
반도체 관세도 지난해 4월 처음 공식화한 데 이어 8월 트럼프 대통령은 반도체에 “약 100%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까지 놨다. 하지만 엄청난 반도체를 사용하고 있는 미국 내 빅테크들과 완성차 업체들의 로비로 실제 품목관세는 부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취임 1년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엔비디아의 H200과 AMD의 MI325X를 시작으로 사실상 광범위한 반도체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재 직접적인 관세 영향은 없지만 상황을 예단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백악관이 밝힌 팩트시트에 주목하고 있다. 백악관은 “앞으로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 내 제조를 유도하기 위해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해 더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으며 이에 상응하는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과 SK 등은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D램이나 HBM 생산 시설 투자까지 요구받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관세를 예고하며 “미국 내에서 생산 중이거나 미국 생산을 확약한 기업의 제품은 예외”라는 단서를 붙여왔다. 현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완공을 앞두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 첨단 패키징 공장을 짓고 있지만 미국 내 생산 시설을 더욱 확대하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메모리반도체까지 확대해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환경은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전 세계 기업과 국가들이 AI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AI 가속기와 메모리반도체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양 사도 이에 발맞춰 국내 공장을 풀가동하면서 수출 물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미 반도체 수출액만 약 138억 달러(20조 2800억 원)로 추산되는데 미국이 이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관세 비용 일부를 수입처에 전가하더라도 매년 수조 원을 추가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반도체에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과 SK의 비용 부담은 훨씬 커진다. 양 사는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전량을 대만으로 수출하고 있다. 엔비디아와 AMD의 AI 가속기가 모두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지난해 대만에 수출한 반도체는 미국 수출의 2.5배 수준인 약 350억 달러(51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AI 가속기에 관세가 부과되면 삼성과 SK가 직접 수출하는 것은 아니더라도 관세 부과의 유탄을 피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더해 정부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협상을 통해 확보한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도입하는 비용도 커진다. 블랙웰 B200 GPU 가격은 1개당 3만~4만 달러로 추산돼 관세가 부과될 경우 3조 원 이상의 비용이 추가될 것으로 우려된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보통 최종 공급 업체는 (관세에 대한) 고통 분담을 요구한다”면서 “관세가 한국과 같은 부품 공급 업체에 부담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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