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 전광판에 환율 시세가 나오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원화 가치 하락은 한국의 견고한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미 재무장관이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에 문제를 제기하며 ‘구두 개입’ 발언에 나선 건 매우 이례적이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구윤철 부총리를 만나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를 했고, 한국의 최근 시장 동향도 논의했다”며 원화 가치 하락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발언이 나온 직후 야간 거래(15일 오전 2시 종료)에서 원-달러 환율은 1464원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오전 들어 다시 상승했고, 오후 3시 반 기준 146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주간 거래와 비교하면 11거래일 만에 7.8원 내리며 올 들어 처음 하락 마감했지만, 결과적으로 개입 효과는 한나절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15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다. 고환율을 우려하며 5연속 금리 동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양국이 고강도 발언과 금리 동결로 동시다발적 외환시장 개입에 나섰지만,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70원대를 재돌파하며 고(高)환율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 대해 “환율이 중요한 결정 이유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환율 안정을 위해 단기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재정경제부 최지영 국제경제관리관은 이날 “양국 재무장관은 최근 원화의 가파른 절하에 대한 우려에 공감하면서 안정적 원화 흐름이 양국 교역 및 경제 협력에 중요한 요소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계속되면 금융사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새 외환 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의 동시다발적 대응에도 원-달러 환율은 이날 주간 거래에서 장중 1472.4원까지 올랐다. 투자자들이 당국 개입에 따른 환율 하락을 추세적 반전이 아닌, 달러를 싸게 살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인수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환율 안정을 위해선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이 동원돼야 한다”며 “해외 자금이 한국으로 유입될 확실한 유인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
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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