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해 9월 미국 뉴욕 주유엔 대한민국대표부에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면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14일(현지시간) 이례적으로 한국 외환시장과 관련한 구두 개입성 발언을 공개한 배경에는 원화 약세가 장기화할 경우 3500억달러(약 512조원)에 달하는 한국의 대미(對美) 투자 합의 이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경제 협력의 핵심 축으로 꼽히는 대미 투자 이행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상황은 양국 모두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렸다는 것이다.
특히 연간 약 200억달러 규모로 약속된 대미 투자가 최근 원화 약세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한국 기업의 투자 비용 부담 확대로 이어지면 기업들의 투자 의지가 약화되고, 이 경우 트럼프 행정부가 내세운 미국 현지투자 유치 성과가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베선트 장관이 한미 양국의 무역·투자 협정과 관련해 "협정 이행이 순조롭게 진행돼야 한다"며 "한미간 협정은 양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미국 산업 역량 부흥을 촉진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환율 불안이 투자 이행에 미칠 파급효과를 의식한 발언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베선트 장관이 미국을 방문 중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난 12일 만난 지 이틀 만에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와의 사전 교감 속에 나온 '조율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지난해 6월 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재지정한 상황에서 베선트 장관의 이번 발언은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 안정을 위해 시장에 개입하더라도 이를 환율조작이나 무역 불공정으로 문제 삼지 않겠다는 일종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도 외환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한미 공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구 부총리는 주요 7개국(G7) 핵심광물 재무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미국을 방문하면서 환율 정책 담당 차관보와 외화자금과장과 동행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이 '병 주고 약 주는'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대미 투자가 원화 약세의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데 미국이 환율 안정 메시지를 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정책 역시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축소를 통해 원화 약세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뉴욕=심재현 특파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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