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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만 확인한 그린란드 3자 회동···‘트럼프 달래기’ 나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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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견만 확인한 그린란드 3자 회동···‘트럼프 달래기’ 나선 유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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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 공격 유보, 국제유가 5% 급락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동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과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이 1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JD 밴스 미 부통령,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고위급 회동을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가 덴마크령 그린란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14일(현지시간) 첫 고위급 회동에 나섰으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마무리했다. 일부 유럽 국가는 곧바로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해 ‘트럼프 달래기’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JD 밴스 미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 비비안 모츠펠트 그린란드 외교장관은 이날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약 1시간 동안 고위급 협상을 진행했다. 양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주장해온 ‘그린란드 확보’ 문제를 두고 각자 입장을 교환했지만 별다른 결론에는 이르진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어떻게 될지 두고 보겠지만 우리는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해결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확보하지 않으면 러시아나 중국이 차지할 것이란 기존 주장도 되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직전까지도 SNS 트루스소셜에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특히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 ‘골든 돔’ 구축에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라스무센 장관은 회담을 마친 뒤 “솔직하고 건설적인 논의를 나눴다”면서도 그린란드를 둘러싼 “근본적인 이견”은 해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실무 그룹을 구성하는 데 합의했다면서 “실무 그룹은 미국의 안보 우려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초점을 맞추되, 덴마크 왕국의 레드라인을 존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레드라인은 ‘그린란드 영유권 이양 불가’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덴마크 쪽에선 회담 이후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형성됐다고 덴마크 외교 소식통은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강경 발언을 이어온 데다 이 사안에 호전적 태도를 보여온 밴스 부통령이 뒤늦게 회담에 합류하기로 해 불안함이 고조됐으나, 정작 회담에선 미국 측의 구체적인 요구사항이 곧바로 언급되진 않았다는 것이다.

스티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이자 우파 논객 케이티 밀러가 엑스에 올린 그린란드 지도. 밀러는 성조기로 채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엑스에 올리면서 ‘곧’(SOON)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케이티 밀러 엑스 계정 갈무리

스티 밀러 미국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아내이자 우파 논객 케이티 밀러가 엑스에 올린 그린란드 지도. 밀러는 성조기로 채워진 그린란드 지도를 엑스에 올리면서 ‘곧’(SOON)이라는 문구를 달았다. 케이티 밀러 엑스 계정 갈무리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적어도 당분간은 그린란드를 둘러싼 논의가 그린란드 땅을 성조기로 채운 자극적인 SNS 이미지에서 벗어나 정식 외교 무대로 옮겨졌다는 점에서 덴마크는 작은 성과를 얻었다”며 “그 과정에서 모두 잠시 숨 고를 시간을 벌게 됐다”고 평가했다. 제러미 셔피로 유럽외교협회(ECFR) 책임연구원은 덴마크·그린란드가 미국과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정부 참모진이 그린란드에 대한 공격적 정책을 추진하는 데 얼마나 적극적인지 불분명하며 이 사안을 “의도적으로 미루며 흐지부지 넘기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덴마크 국방부는 이날 회담을 기점으로 그린란드 주요 시설을 방어하는 ‘북극의 인내 작전’ 훈련을 위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그린란드에 배치된 병력을 증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로엘스 룬드 포울센 덴마크 국방장관은 “북극 안보는 덴마크 왕국과 동맹국들에 매우 중요하다”며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 지역에서의 작전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프랑스, 노르웨이, 스웨덴 등 여러 나토 회원국도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조치는 유럽이 북극 안보를 적극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합병 필요성의 근거로 드는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 우려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 유럽 당국자는 이번 조치의 목표는 “덴마크와 주요 동맹국들이 북극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폴리티코에 전했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유럽 지도자들은 그린란드를 향해 무력 개입 가능성까지 시사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기보다는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 동맹국이 북극 안보에 더 많이 투자하거나, 미국이 그린란드 광물 자원에서 이익을 얻도록 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내에 내세울 만한 승리’를 안겨주는 협상 방안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 그린란드 갖고 싶은 트럼프, 돈으로 살 수 있을까···“매입 시 최대 1000조원 필요”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51034011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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