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금융감독원의 모습. 뉴시스 |
금융당국이 은행지주회사 지배구조를 다시 정면으로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금융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과거 이복현 전 금융감독원장 재임 시절에도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정립하고 현장 점검을 강화했으나, 여전히 시장에서는 ‘참호 구축’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국은 이번 특별점검을 통해 형식적인 제도 뒤에 숨은 편법 운영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8개 은행지주회사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한다고 밝혔다. 은행권 지배구조 전반에 걸친 운영실태를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했다.
이는 2023년 12월 마련된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실제 경영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사실상의 ‘준수 평가’다.
지난해 2월 당시 이복현 금감원장은 국내 20개 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 지배구조의 실효성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이 전 원장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도입, 이사회 소통 정례화 등 제도적 측면에서는 많은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 논란과 이사회 견제 기능 미흡 사례를 보면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히며 경영진의 자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지금도 현장의 ‘디테일’은 변하지 않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에 앞서 모범관행의 취지를 무력화한 구체적인 편법 사례들을 공개하며 경고장을 날렸다.
모범관행의 형식적 이행 관련 지적 사례를 보면, A지주는 차기 회장 후보군(롱리스트, Long-list) 선정 직전, 현직 회장에게 유리하도록 ‘만 70세 재임 가능 연령’ 규정을 변경해 연임을 결정했다. B지주는 외부 후보군 접수 기간을 15일로 공고했으나, 실제 주말을 제외한 영업일 기준으로는 단 5일만 부여해 외부 인사의 진입을 사실상 차단했다. 또한 C은행은 이사회의 전문성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다양성을 왜곡했고, D지주는 사외이사 평가 시 전원에게 ‘우수’ 등급을 남발하며 재선임 명분을 만들어주는 ‘거수기 이사회’의 전형을 보여줬다.
모범관행에는 ▲CEO 선임·경영승계 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과 독립성 ▲이사회·사외이사 평가 체계 ▲사외이사 지원 조직 등 4대 테마와 30개 핵심 원칙이 담겼다.
금융권이 이번 특별점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는 시기적 민감성 때문이다. 주요 금융지주 회장들의 임기 만료와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당국이 실제 운영 현황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이번 점검 결과를 토대로 지주별 개선 필요사항을 발굴하고, 이를 오는 16일 가동되는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논의에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사의 책임 범위를 강화하는 최근 상법 개정 취지에 발맞춰 사외이사가 특정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주주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할 수 있는 지배구조 건전성을 갖췄는지 면밀히 살필 계획이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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