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 사례분석
임금 100% 보전 속 생산성 유지·이직률 감소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인상? 보상 인식은 과제도
임금 100% 보전 속 생산성 유지·이직률 감소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인상? 보상 인식은 과제도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30일 서울 중구 ENA스위트호텔에서 열린 ‘실노동시간 단축, 노·사·정 공동선언 및 대국민 보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주4일제·주4.5일제는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일까.
임금 인상 여력이 제한된 일부 중소기업들이 주4일제·주4.5일제를 도입해 인재를 붙잡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이들은 생산성을 유지하거나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는 성과를 거뒀다. 다만 단축된 노동시간을 둘러싼 업무 강도와 보상 인식의 과제도 함께 드러났다.
15일 일하는시민연구소·유니온센터에 따르면 연구소는 최근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도입한 IT·식품 제조·외식(F&B) 업종의 중소기업 3곳 사례를 분석한 이슈페이퍼를 발간했다. 연구진은 지난해 12월 각 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를 면접조사해 기업별 도입 사례와 성과 등을 분석했다.
임금 경쟁 대신 노동조건 차별화…생산성↑·이직률↓
보고서에 따르면 사례 기업들의 공통점은 대기업과의 임금 경쟁이 어렵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임금 인상 대신 노동조건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근무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자동화 설비 도입, 디지털 협업 도구 활용, 불필요한 회의·보고 축소 등 업무 방식 전반을 재설계했다.
IT B2B 기업은 금요일 오후 휴무 방식의 주4.5일제를 도입하면서 원격 장애 대응 시스템과 팀 단위 백업 체계를 구축해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했다. 식품 제조업체는 공정 자동화와 수요 예측을 기반으로 수요일 전일 휴무 방식의 주4일제를 운영 중이며, 외식·F&B 기업은 월요일 오전 휴무(주36시간)를 도입해 채용 경쟁력을 높였다.
그 결과 업무 집중도가 높아지며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개선됐고, 이직률이 낮아지고 근속 기간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연봉 50~100만원 인상보다 주 4일제가 좋다는 직원들의 반응으로 미루어 볼 때, 타사 이직 욕구가 현저하게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며 “특히 육아와 가사노동 등을 수행하는 여성의 입장에서 주4일제가 일-가정 양립에 미치는 영향을 크게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무 압축·보상 인식 간극…제도 안착의 과제
다만 성과 이면의 과제도 분명했다. 단축된 시간 안에 업무를 마쳐야 한다는 압박으로 업무 밀도가 높아지고 피로가 누적될 수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고객 응대나 현장 업무 비중이 높은 직군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을 전면 적용하기 어려운 한계도 확인됐다.
특히 보상에 대한 인식 차이도 과제로 꼽혔다. 경영진은 노동시간 단축 자체를 임금 인상에 준하는 보상으로 인식하는 반면, 일부 노동자들은 근로시간 단축과 별도로 임금 인상을 기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동시간 단축이 지속 가능하려면 임금 체계와의 관계를 명확히 정리하고, 충분한 소통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업종 특성에 맞는 근로시간 단축 모델 설계와 함께 자동화·디지털화 투자, 협업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업무 공백과 과중을 완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노동시간 단축 제도를 시행하는 기업들은 제도 확산을 위해 법인세를 감면하고, 대출 금리를 우대하는 등의 실질적 인센티브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자동화 투자를 지원하는 등 근로시간 단축을 위한 정책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이런 현장 흐름과 맞물려 ‘실노동시간 단축 로드맵’ 이행을 점검하는 이행점검단을 전날 출범했다. 2030년까지 실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700시간대)으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자율적 참여를 전제로 주4.5일제 시범사업과 컨설팅, 자동화·스마트공장 지원 등을 통해 실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에서 안착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