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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관제탑, 월 300시간 초과근무 '구조적 반복'

이데일리 최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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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공항 관제탑, 월 300시간 초과근무 '구조적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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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O, 2022년까지 관제사 9명 충원 권고에도 1명 충원
정준호 의원 "과로는 항공 안전 위협… 국제기준 맞춘 인력 확충 시급"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무안공항 관제사들이 2024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당시 월 300시간을 훌쩍 넘는 초과근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적정 인원의 35% 수준에 불과한 인력으로 관제 업무를 떠안으면서, 장시간 근무가 구조적으로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15일 국회 12·29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준호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15개 관제시설 중 최근 4년간(2022~2025년) 월 300시간 이상 근무자가 발생한 달이 가장 많았던 곳은 무안공항 관제탑으로 확인됐다.

연도별로 보면 무안 관제탑의 월 300시간 초과 근무 발생은 △2022년 4개월 △2023년 6개월 △2024년 9개월로 해마다 증가했다.

무안공항 관제탑의 과로 문제는 다른 관제시설과 비교해도 두드러졌다. 2022년에는 울산·여수 관제탑에서 각각 1개월씩 300시간 초과 근무자가 발생했으며, 2023년에는 울산 관제탑 3개월, 여수 관제탑 1개월 수준이었다. 2024년에도 울산·울진 접근관제소가 2개월, 여수 관제탑이 1개월 발생하는 데 그쳤다.

특히 참사가 발생한 2024년 12월에는 무안공항 관제사의 최대 근무시간이 328시간, 평균 근무시간은 282.7시간에 달했다. 이는 일반 근로자의 월 평균 근무시간(약 160~170시간)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관제사들이 혹사에 가까운 근무를 감내해야 했던 가장 큰 원인은 절대적인 인력 부족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2019년 항공교통관제사 인력 충원을 위해 ‘항공교통관제분야 국민참여 조직진단’을 실시한 바 있다. 당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기준으로 산출한 국내 항공교통관제 적정 인원은 총 552명이었으나 실제 현원은 352명으로 200명이 부족했다. 전체 충원율은 63.8%에 불과했다.



무안공항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당시 무안공항 관제사 현원은 6명에 그쳤지만, ICAO 기준 적정 인원은 17명으로 분석돼 충원율이 35.3%로 전국 최저 수준이었다.

ICAO는 항공교통량 증가와 저비용항공사(LCC) 급성장으로 2030년 항공여객 수가 약 99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관제업무 과부하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무안공항에는 2022년까지 관제사 9명을 추가 충원해야 한다는 연도별 계획도 제시됐다. 그러나 실제로 국토부가 충원한 인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관제사의 근무시간 제한 또한 국토부 고시상 강행규정이 아닌 임의규정으로 운영되고 있다. 항공교통관제기관장이 ‘운영 여건상 필요할 경우’ 근무시간 기준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재량을 부여, 국제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력으로 월 300시간을 넘는 근무가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항공안전 규제기관인 국토부가 동시에 관제기관 운영 주체이기도 한 이른바 ‘셀프 규제’ 구조 역시 근본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안전 기준을 정하는 기관이 인력 부족과 예산 문제를 이유로 기준을 스스로 완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준호 의원은 “관제사의 장시간 근무와 인력 부족은 단순한 근로환경 문제가 아니라, 항공 안전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라며 “관제 근무시간 제한을 국토부 고시가 아닌 법률상 강행 규정으로 상향하고, 국제 권고 기준에 맞춰 인력을 확충하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항공 안전을 현장의 헌신과 과로에 의존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