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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유통 마진’ 관행 제동…피자헛 패소에 차액가맹금 줄소송 우려

쿠키뉴스 이예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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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유통 마진’ 관행 제동…피자헛 패소에 차액가맹금 줄소송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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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프랜차이즈업계의 오랜 수익 관행에 제동이 걸렸다.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물류 마진)’을 받아온 것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처음으로 확정되면서다. 가맹점주들의 손을 들어준 이번 판결로 한국피자헛은 약 215억원을 반환해야 하며, 로열티와 물류 마진을 동시에 취해온 프랜차이즈업계 전반의 수익 구조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5일 가맹점주 94명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이번 판결로 한국피자헛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가맹점주들로부터 받은 차액가맹금 약 215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여기에 지연손해금까지 더해지면 실제 부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차액가맹금은 가맹본부가 가맹점에 원·부자재를 공급하면서 도매가보다 높게 붙이는 유통 마진을 의미한다. 업계에서는 이를 통상적인 물류 이익으로 여겨왔지만, 이번 소송에서는 해당 금액의 법적 성격이 핵심 쟁점이 됐다. 점주들은 사전 합의나 고지 없이 차액가맹금을 받아온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앞서 피자헛은 차액가맹금과 별도로 매출의 6%를 가맹수수료로 받아왔다. 점주 측은 본사가 로열티와 물류 마진을 동시에 챙기면서 계약상 매출 분배 구조를 훼손했다고 봤다. 반면 본사 측은 차액가맹금이 유통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마진일 뿐, 별도의 동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급심과 대법원 모두 점주들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2년 6월 “가맹계약서에 차액가맹금을 가맹금으로 지급한다는 명시적 조항이 없다”며 75억원 배상을 명령했고, 2심은 2016~2022년치 전액을 부당이득으로 판단해 배상액을 215억원으로 늘렸다. 대법원도 “가맹사업자와 가맹본부 사이에 차액가맹금을 수수하려면 구체적인 합의가 필요하다”며 “묵시적 합의 성립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판결 이후, 한국피자헛은 “한국피자헛은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며 이번 사안의 결과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회생절차와 관계 법령·법원의 감독 아래 판결의 취지와 내용을 성실히 반영하기 위한 후속 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가맹점은 종전과 동일하게 정상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고객 주문·메뉴 운영·배달과 매장 서비스 등을 기존처럼 유지하고 이번 판결로 인해 가맹점 운영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업계, 차액가맹금 줄소송 ‘비상’

이번 판결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필수 원·부자재를 공급하며 남기는 물류마진의 합법성 기준이 사실상 정리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열티와 물류마진을 동시에 취하는 이중 수익 구조가 계약상 어디까지 정당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의 틀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요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가맹계약서, 정보공개서, 납품가 산정 방식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bhc치킨, 교촌치킨, BBQ, 베스킨라빈스, 투썸플레이스 등 다수 프랜차이즈 본사가 유사한 차액가맹금 반환 소송에 휘말려 있다. 이번 대법원 판단이 이들 사건의 향방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시내 한 피자헛 매장의 모습. 연합뉴스



유사한 판결이 이어질 경우 가맹본부들의 재무 부담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액가맹금 반환 책임이 잇따라 인정되면 일부 본사는 수십억 원 규모의 현금을 한꺼번에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특히 규모가 작은 프랜차이즈의 경우 이러한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가맹사업 축소나 신규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대법원이 한국피자헛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확정한 데 대해 깊은 유감과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차액가맹금을 부당이득으로 본 판단이 업계의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을 뿌리째 뒤흔드는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협회는 이어 “상인이 유통 과정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한 대가를 수취하는 것은 일반적인 상거래 원칙”이라며 “수십만 가맹점 사업자들 역시 수십 년간 이어진 관행에 명시적·묵시적으로 동의해 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했다. 아울러 “명시적 합의만을 인정하는 판단이 확정되면서 162조원 규모의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가 구조적 위기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밝혔다.


전문가 “프랜차이즈 수익 구조, 투명해져야”

반면 점주 측은 이번 판결을 구조 전환의 계기로 평가했다. 점주 측을 대리한 현민석 법무법인 YK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필수품목 지정권을 남용해 가맹본부가 부당한 ‘통행세’를 수취하던 후진적 관행에 제동을 건 사법부의 현명하고도 용기 있는 결단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깜깜이 마진인 차액가맹금 구조에서 벗어나 매출 이익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로열티 기반 모델’로의 전면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물류마진과 가맹금의 경계가 보다 엄격히 구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겸임교수는 “계약서에 없는 비용을 가맹본부가 받아가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는 점을 법원이 명확히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과거 프랜차이즈 시장에서는 본부의 힘이 워낙 강했고, 가맹점주들도 브랜드를 믿고 계약 내용을 세밀하게 따지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시장이 성숙하고 가맹점주의 정보 수준도 높아지면서, 과거처럼 ‘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비용을 받아가는 구조는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에만 들어가도 수익이 났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은 브랜드도 많아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가맹점주들이 계약과 수익 구조를 더 엄격하게 따지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라며 “물류마진이든 가맹금이든, 본사가 가져가는 돈이라면 계약서나 약정을 통해 명확히 합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