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베이징의 한 호텔 로비를 걷고 있다. AP 연합뉴스 |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14일 베이징에서 도착해 공식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얼어붙었던 중국과 캐나다 관계가 미·중 사이 균형점을 찾으려는 카니 총리 방중으로 개선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카니 캐나다 총리는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 자오러지 중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을 접견하며 3박4일의 방중 일정을 시작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16일 예정되어 있다. 캐나다 총리의 방중은 2017년 말 이후 8년여 만이다. 양국 정상은 지난 10월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관계는 2018년 미국의 요청으로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을 캐나다 당국이 체포하면서 냉각기에 접어들었다. 이후 중국 전기차와 캐나다 농산물 등을 둘러싼 무역 갈등이 심화했다.
카니 총리는 중국과의 무역·경제 관계를 회복하는 걸 이번 방중의 주요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중국으로 출발하면서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게시글에서 “중국은 두번째로 큰 무역 상대국이자,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라며 “양국 사이의 실용적이고 건설적인 관계는 양쪽 모두에 더 큰 안정과 번영을 가져올 것”이라고 적었다. 캐나다는 최대 무역상대국인 미국으로부터 통상·관세 압박이 거세지고 있어 대체 시장의 확보가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지역 무역 협정인 ‘미·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이 “무의미하다”며 재협상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캐나다 고위 관리는 총리의 방중이 “미국 외 수출을 10년 내 두 배로 늘리기 위한 대담한 계획의 일부”라고 밝혔다.
중국 입장에선 경제·외교 면에서의 성과를 노리고 있다. 중국은 캐나다에 중국산 전기차 100% 관세의 완화를 요구하는 대신, 보복 조치였던 캐나다산 카놀라(유채) 수입 규제를 풀겠다는 ‘교환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양국 정상 간 외교 공백을 메우면서 중국이 미국에 접한 주요 중견국인 캐나다를 자국 편에 가깝게 끌어들였다는 인상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양국 관계가 개선될 공간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마련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전문가들은 카니 총리의 방중이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센 상황에서 이뤄진 점에 주목했다. 뤼샹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은 캐나다가 “이웃(미국)으로부터 전례 없는 안보 압박에 직면”해 있다며 “(중국을 포함한) 강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긴급하고, 어떤 면에서는 실존적인 전략 과제가 되고 있다”고 짚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방중 일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15일 톈안먼(천안문) 광장에 중국과 캐나다 국기가 걸려있다. EPA 연합뉴스 |
캐나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정상은 연초부터 중국행을 서두르고 있다.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과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중국을 찾았고, 이달 안으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다음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방중을 예고했다. 닐 토머스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중국분석센터 연구원은 블룸버그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서방 세계 전반에 ‘뒤처질지 모르는 불안감(FOMO·Fear Of Missing Out)’을 촉발하고 있다”며 “그의 접근법은 지도자들이 미·중 간 책략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시 주석과의 교류를 서두르게 만든다”고 말했다.
미·중 사이 캐나다의 줄타기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평가도 나온다. 캐나다는 무역 다변화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때문에 카니 총리의 중국 방문이 곧장 전면적인 관계 회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는 카니 정부가 이번 정상 간 만남을 계기로 중국과 경제·무역 등 실용적인 분야의 협력은 확대하면서, 안보나 희토류 등 민감 사안에는 양국의 ‘레드라인’(한계선)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봤다. 캐나다 전직 외교관인 콜린 로버트슨은 “양측이 서로 어디에서 출발하고 어떤 레드라인이 있는지 이해한다면, 더 건강한 관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비시(BBC)에 말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겨울밤 밝히는 민주주의 불빛 ▶스토리 보기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